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스윙 Sep 16. 2020

돈에 대한 고찰




GETTY IMAGES/ISTOCKPHOTO


영국에 있어서 그나마 자극이 덜하다. 지리적 특성 때문에 탐욕이 커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우리는 막차를 놓쳐버린 것이 아닐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이따금씩 생긴다. 내 주변 내 또래 30대들은 정말 다들 돈 버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입사 후 바로 결혼해서 집을 ‘산’ 동기들은 가장 위너로 대접을 받는다. 이른바 서울에 집 있는 자로 은연중에 어깨에 뽕도 잔뜩 들어갔다. 대출이 약간 있어도 워낙 집값이 넘사벽으로 뛰는 바람에 집 하나 있어 든든한 아우라가 이 머나먼 영국까지 전해진다. 부럽다. 유학 가기 전에 샀으면 좋았겠지만 뭐 이미 지나간 일이다.


뒤늦게 작년부터 막차 탄 사람들은 나름 안심하는 중이다. 작년에 한국 들어갔을 때도 너네 꼭 부동산 들러보고 계약서 하나 쓰고 가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그러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작년 말에도 너무 오른 것 같아서 그냥 왔는데, 그 사이에 더 올랐다. 영끌해서 막차 탄 친구들은 그 사이에 몇천이 올랐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자꾸 이렇게 듣다 보면 태평하던 나도 불안해지고 조급해진다. 심지어 이 먼 곳에서도 뒤처지는 기분이 들 정도이니, 그 속에 있으면 오죽할까.


부동산에 뛰어들지 못한 사람들은 주식을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카톡방에 주식정보가 쏟아지는데, 이거라도 또 안 사면 부동산처럼 나는 돈을 벌 기회를 날려버리는 기분이 드니 마음이 뒤숭숭하다. 문제는 주식이 오르면 오르는 데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데로 사람들의 감정이 나한테까지 전해진다. 내가 거래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주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전해지니 그것도 참 못할 일이다. 그래서 또 깨닫는다. 저 안에서 살았으면 멘탈이 흔들리겠다. 이마저도 못하는 사람들은, 로또를 산다. 일주일에 5천 원, 만 원 주고 조금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희망을 산다. 현실적인 말로 하자면 희망 고문을 산다.


이렇게 30대가 돈돈하는 이유는, 결과론적으로 내가 뭘 시도하려면, 효도를 하려면, 삶의 질을 높이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인데, 정작 그 돈을 벌기가 힘드니 현실은 돈이 목적이 돼가고 있다. 의식주 뭐하나 돈이 적게 들어가고 만만한 것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주말에 'SBS 스페셜, 부린이와 동학 개미 - 요즘 것들의 재테크'편 을 봤는데, 돈을 모으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돈을 벌려면 월급쟁이 재태커가 아니라 사업을 해야 하는거 아니야? 생각하다가도, 중산층이라도 유지하려는 그 사다리를 걷어 차지 말라는 아우성이 어쩌면 아직 한국에 기회가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싶었다.


다른 유럽은 모르겠으나, 자본주의를 가장 먼저 채택한 영국의 경우 한국의 2030처럼 열렬하게 돈을 추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돈을 분명히 아주 좋아하고 원한다.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아대는 영. 미의 거대 금융 조직은 논외로 하자) 그런데 맹렬하게 뭘 시도하지는 않는다. 간혹 나이 든 사람들은 집 한두 개 사서 월세를 놓는 것 같기는 한데, 직장 다니며 주식하는 사람은 일단 주변에서 보기 힘들다. 대화하다 보면 은연중에 느껴지기엔 이미 게임 오버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어차피 부자들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대대로 부자였다고 생각한다. 좋게 말하자면 현실에 만족하며 적당히 회사 다니고 그 이후에는 연금 받으며 삶을 적당히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많아 보였고,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적당한 연차와 적당한 권리와 적당한 돈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기득권과 합의가 이루어져 뭘 시도조차 못해보고 그냥 살아야만 하는 숙명에 놓여 있는 느낌이랄까. 태어나서 이들이 갈 수 있는 학교의 범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범주, 생활 반경의 범주, 삶의 대부분이 배경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니, 어떻게 보면 참 슬픈 삶일 수도 있겠다. 이들이 왜 그토록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신대륙으로 떠났는지 이제는 너무나도 납득이 갈 지경이다.


어느 개인과 사회가 추구하는 것에 따라 그 목적과 가치가 다르니 뭐가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다만 현재의 한국 사회가 몇 세기에 걸쳐 안정화가 이루어진 영국의 바로 전 단계라면, 다시 말해 아직 계층의 고착화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래서 이렇게 말도 탈도 많은 것이라면, 그리고 지금의 영국의 상황을 비교해 보자면 당연히 그 급행열차에 타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 사람의 본능 아닐까?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배에 탑승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All money is a matter of belief
- Adam smith-



매거진의 이전글 국제노예박물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