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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Oct 18. 2020

타이타닉의 기록을 찾아서

국제노예박물관과 함께 있는 곳이 머지사이드 해양 박물관이다. 영국은 섬나라인 만큼 해군력이 강하고, 해양 산업이 발달해 있는데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그냥 쓱 보기만 하려고 하다가 타이타닉 전시관이 있어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가 봤다. (전시장이 어두워서 화질이 전체적으로 떨어진다ㅠ)


타이타닉의 취항지는 리버풀이 아니고, 영국 남쪽의 사우스햄튼이라는 곳이다. 다만 리버풀에 전시관이 있는 이유는 당시 리버풀이 영국의 대표 항구로써, 해양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리버풀 출신의 사람들이 타이타닉호의 승무원으로 탑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비행기로 여행하는 것이 활발하지 않았을 터이니, 크루즈를 통한 여행을 활발히 했던 것 같은데 이를 홍보하는 포스터는 오늘날의 여행사 홍보 포스터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다. 소소하게 신혼부부 13쌍이 허니문으로 타이타닉에 탑승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당시가 구한말 일제강점기 시대이니,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서구 사회가 풍부한 자원과 제국주의를 발판으로 호화로운 생활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생활을 했구나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White star line 이 당시 크루즈 여행을 운항하는 큰 회사였다고 하는데, 영국 해양산업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지 미국의 금융재벌 JP 모건이 회사를 넘기라고 했는데 영국 정부에서 막았다는 스토리가 있었다. 주로 부유한 사람들이 주로 이런 크루즈를 애용했으리라 짐작되는 것은 은촛대, 은식기가 아니라 무려 금식기와 크리스탈잔들 때문이었다. 배 내부를 꾸민 자재만 보더라도 지금과 비교하여 전혀 촌스럽지 않고 고급스러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당시의 좋은 기술력과 예술성을 모두 담아 배를 만들었다는 것을 짐작게 했다.


전시관의 내용은 영화에서 봤던 그 흐름대로 되어있다. 빙하를 만났고, 전보를 쳤으나 전달이 잘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에 이르는... 당시에 생존자들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 그리고 침몰된 배에서 발견된 승객들의 시계나 보석함과 같은 소지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보고 있으면 신기하면서도 무엇인가 섬뜩(?) 한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 사람의 물건들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인생무상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사실 가슴이 가장 먹먹했던 것은 당시 승객들 승무원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기록판이었다. 일등석에 탄 사람, 이등석에 탄 사람, 삼등석에 탄 사람으로 구분을 해서 크게 기록을 해놓았는데 파란 글씨는 사망자, 검은 글씨는 생존자이다. 한눈에 보더라도 일등석은 생존자가 많았고, 이등석은 반반 정도 되었고, 삼등석은 오히려 검은 글씨가 눈에 띌 정도로 파란 글씨의 사망자가 월등히 많았다. 타이타닉호 승객 절반 이상이 삼등석인데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죽었다는 역사의 기록은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생명마저도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현재의 전세계 각 나라의 코로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신자유주의를 누구보다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영국에 살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돈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계층화에 관한 것이었는데 100여 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통용된 모습을 보니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신을 바짝 차리게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상이, 이 시대의 또 다른 종교와 같음을 다시금 깨닫게 한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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