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Hungry Planet
한창 20대 초중반에는 30 넘으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람들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내 체력과 에너지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혈기왕성하다는 표현은 정말 이 시기를 표현하는 말임이 분명한 것이, 30을 넘자마자 에너지가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싸워도 힘이 있어야 싸우는데 에너지가 줄어드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도 많아졌다. 의식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쳐지고, 근육도 뭉쳐서 스트레칭을 스스로 하게 만들었다. 한 자세를 너무 오래 하면 이제는 시간이 약이 아니라 파스를 붙여야 좀 시원한 느낌이 난다. 운동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식사량도 줄어서 예전만큼은 못 먹는다. 소화능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 자연스레 양을 좀 줄였다. 20대에 남편과 데이트하면 보통 2인 식사량이 성에 안 차서 3인분을 시키고, 무한리필도 자주 갔던 것 같은데 이제는 딱 2인 정량이 알맞다. 양보다는 질을 찾게 되었고, 몸의 활력과 에너지를 찾기 위해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유기농이나 건강식을 먹으려고 노력한
음식을 잘 챙겨 먹는다는 것은 내 건강뿐 아니라, 기후 변화와 지구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이곳에 지내면서 특히나 깨닫게 되었는데 이는 야채나 과일 하나를 고기 한 덩어리를 생산하는데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콜라 1.5리터를 만드는 데에는 물이 그 두 배 이상 사용되고, 소고기는 닭고기보다 탄소 배출량(footprint)이 세 배가량, 돼지고기보다는 두 배가량 높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지구의 모든 것을 위해서 먹는 것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은 중요하다. 요새 이런 데에 관심이 워낙 많다 보니, 예전에 들었던 세미나 중에 인상 깊었던 사진들이 하나 생각나서 자료를 뒤졌다. Peter Menzel이라는 미국의 사진작가가 24개국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Hungry Planet:What the world eat"이라는 책을 쓰며 실린 사진들인데 아주 흥미롭다. 각 나라의 일주일치 장바구니 가격(2013년 기준)은 물론이고, 각 지역의 사람들이 주로 이런 걸 먹고 사는구나 알 수 있어서 재미있게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각국 사람들의 영양상태도 추측이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한국 자료는 없다.
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주로 고기와 가공식품 그리고 예쁜 플라스틱 포장 용기에 담긴 음식들을 소비하는데, 이에 따른 결과는 모두 겪고 있으니 문득 나부터도 양심이 찔린다. 잘 먹고 건강해야 하는데, 조심해서 잘~ 먹자.
(출처: Hungry planet:What the world eat, Time: https://world.time.com/2013/09/20/hungry-planet-what-the-world-eats/photo/kuw03-0001-xxf1rw-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