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스윙 Feb 18. 2021

주식투자 실패기


주식을 하다 보면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이 다들 벌었다는 소리만 한다. 분명 잃은 것도 있을 텐데 얘기 들어 보면 수익률들이 다 미국의 유명 투자가 수준이다. 주식으로 최근에 돈 많이 벌어 벼락부자가 생겼다는 기사는 봤는데 막상 내 주변에 벼락부자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한 명 있을까 말까 (차를 바꾼 정도...?) 다들 어디 그렇게 있는걸까? 그만큼 주식은 섣불리 판단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결과론적으로 첫 사회생활 후 10여 년 흐른 지금 내 주변을 보면 부동산 한 사람이 돈을 가장 많이 벌었고, 그다음은 그냥 금리에 맞춰 예적금 한 사람, 주식한 사람 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단 주식뿐 아니라 여기저기 투자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저성장 시대를 사는 우리 세대에게 일종의 생존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같은 장에서는 유동성이 풀려 운으로 수익률이 수백 프로 가까이 되는 것이 여럿 생기니 이게 실력이라고 스스로 착각하는 것 같아 문득 두려워졌다. 그래서 쓰는 주식투자 실패기.


그림 출처: Stock Photos & Royalty Free Photos by Dreamstime



1. 분위기와 감정에 휩쓸리기


입사하고 얼마 안 있다가 회사에 호재가 많다고 하고 성과급 잘 나온다니 애사심에 동기들이 회사 주식을 대거 샀다. 설마 삼성이 뭔 일 나겠냐 해서 (삼성전자 아님), 같이 휩쓸려 샀다. 주변에서 보통 1000주 100주 단위로 사니까 나도 조금 샀는데, 그 순간부터 내리막이었다. 성과와 주식이 반비례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주변 사람들 정말 죄다 ‘물렸다’. 주가가 떨어지니 주주들이 회사에 쫓아오고 울고불고 난리도 나고, 나포함 우리사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주주총회에 분위기 조장하라고 같이 들어가기도 했다. 다들 크게 손해 보고 손절하였고, 결과적으로 몇 년 후 유상증자로 회사에서 주식을 할인가에 받아 손실을 메꿨지만, 내 돈으로 산 처음 자사주는 그대로 엄청난 마이너스를 냈다. 제대로 상황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주변에 휩쓸려 사면 안된다는 걸 알았고, 분위기라는게 만들어진다는 것도 알았다.


2. 내 귀에 들리는 게 정말 거의 고점


직장인 카톡방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늘 주식 얘기로 넘친다. 그 와중에 좋은 정보라고 찍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xx이 어디 다녀서 안다는 특급 정보, 회사 고위 관계자를 만나서 들었다는 자칭 고급 정보들. 이걸 순진하게 믿고 산 경우는 다 물렸다. 요즘에는 리딩방?에서 비싼 돈 주고받은 정보라고 ‘인심 쓰듯’ 던져주는 경우도 있다. 그 정도로 좋은 정보고 아주 특급 비밀이면 애초에 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특히 금융권에서 추천하는 것은 정말... 할많하않이다. 그렇게 좋으면 그들은 다 샀을까? 좋은건 보통 나 혼자 알고 싶은 게 인간의 습성 아닌가... 요즘 핫한 Reddit 내 wallstreetbets의 분노도 이해가 간다. 이런 레슨런 때문에 요즘같이 페이크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양질의 정보를 구해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투자에 있어 더욱 중요하지 않나 싶다. 그냥 내가 들은 것은 고점에 근접하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3. 사회주의 중국


2014? 15년쯤에 중국이 후강통을 열고 금융시장을 개방한다느니의 내용등이 담긴 관련 서적을 읽다가 중국 금융주에 투자를 했다. 그런데 중국 내 우량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보다 오르는 것이 더디고 오히려 점점 쇠퇴했는데, 도대체 이유가 뭔가 알아보니 생각보다 중국의 회계 처리나 공시 등이 투명하지 않고 부패가 많았다. 또 사회주의 국가이니 국가의 개입이 정말 상상이상 너무 많아서 금융주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정부의 입김과 의사결정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폭이 훨씬 크다. 중국이 기타 서방국가처럼 금융개방을 하는데 앞으로도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더 많이 든다. 지금 중국 주식을 두 개 가지고 있는데, 금융주는 6년째 회복을 못하고 있다.


4. 환차손


한국에서 해외 주식을 마구 거래하다 당황한 적이 있었다. 퇴근하고 정리해야지 했는데, 시간 외에 정리하니 내가 계산한 것보다 금액이 훨씬 적었다. 장 마감하니 환율도 증권사에서 더 보수적으로 잡고, 세금 떼고, 수수료 빼니 거의 10% 가까이 차이가 났다. 기껏 수익 얻은 것을 증권사에 그대로 뱉어낸 셈이니 속이 쓰렸다. 심지어 우대금리는 살 때는 적용해 주면서 팔 때는 안 해줄 때도 있었다. 일일이 계산하기 귀찮다면 해외 주식은 내 눈에 보이는 수익률에서 적어도 3-4%는 까고 보수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속 편하겠구나 싶었다. 잦은 거래를 하면 수수료가 줄줄 새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 주식은 무조건 장투를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모든 실패를 20대 때 비교적 적은 돈으로 겪었다는 것이다. 항상 전체 자산의 10%를 넘기지 않기 때문에 가끔씩 충격을 가해도 출혈이 크지 않았다. 그래도 피 같은 돈이기는 마찬가지다. 30대인 지금은 자산이 커져 액수도 커진 만큼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같은 실수를 줄여본다. 요즘 같은 불장에 좀 건방져져서 다시금 분위기에 휩쓸리는 일을 할까봐 쓰는 기록.









매거진의 이전글 The crown 시즌 4_대처의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