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방식에도 유행이 있는 것일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YOLO(You live only once)가 유행이더니 얼마 전부터는 FIRE(Financial independence early retirement) 족이 핫하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그 중간 정도랄까. 지금의 삶을 즐기는 것도 중요해서 일부는 YOLO 족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는 꿈꾸며 살아간다. 글쎄 시기는 한 40대 초중반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사실, 내 사주에서 그랬다). 내가 생각하는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유의 개념이 한 30% 정도,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며 살고 싶어 하는 것이 70% 정도 된다. 나의 경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내 행복지수를 더 높인다는 의미다. 하고 싶은 일을 이루거나 성취하고 나면, 생각보다 큰 허무함이 있기 때문에 그전에 느낀 행복의 감정이 생각보다 일시적인 반면, 하기 싫은 일들은 보통 성취보다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일들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 해방되었을 때의 기쁨이 더 클 것이라 생각했다.
최근에 우연히 30후반 40초반 파이어족을 이룬 사람들의 여러 사례를 알게 되었는데, 사실 그 파이어의 기준이 참 모호하다. 일단 가구의 만족도에 부합하는 한 달 생활비가 다르니, 모아야 하는 금액도 다르다. 이를테면 어느 가구는 월 천만 원이 있어도 부족할 수 있지만, 어느 가구는 월 200으로도 풍족하게 살 수 있다면 훨씬 적은 금액으로도 파이어를 이룰 수 있다. 최근 급상승한 한국 집값을 고려하면, 서울 어디 괜찮은 아파트에 중형차 한대 가지고 있으면서 그 동네 수준에 맞는 문화생활을 누리려면 수십억의 자산이 있어야 하지만, 포르투갈에서는 7-8억 정도 면 '부자'라고 인식돼서 그 언저리의 금액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1-2억이면 괜찮은 집을 산다 하니 3채 정도를 살 수 있는 꽤 부자인 셈이다. 이러한 부자 기준의 상대성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얼마 전부터 은퇴하는 어른들이 동남아 같은 곳으로 이주를 하는 것 같던데, 그 이전에 많은 은퇴한 영국인들이 날씨 좋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섬들 그리스의 사이프러스 같은데 가서 사는 것과 비슷한 흐름인듯하다.
재밌는 것은 이런 몇 사례를 봐도 일을 안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월세를 돌린다면 집 관리, 세입자 관리, 임대관리, 미국 배당주에 넣었다면 포트폴리오, 주식 관리, 세금 관리. 주 몇십 시간을 써가면서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속적으로 어떤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진짜 '나'의 일이니까 시간과 노력을 더 할애할 수도 있겠다. 심지어 경제적 자유라고도 말하기 어색한 거부들도 워랜퍼핏도, 일론 머스크도, 빌 게이츠도 계속 일은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파이어족의 정의는 early retirment가 아니라 해오던 '나'의 일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나가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그런 일이 아니라 내가 평상시에도 하고 있던 관심 가지던 일을 평상시에도 쭉 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는 순간! 그것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바로 그 포인트가 내가 파이어족이 되는 순간인 것이다. 다들 파이어족의 기준과 가치가 다르니 나는 그렇게 정의를 내렸다. 그냥, 요즘에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retirement는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