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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Mar 28. 2021

언제 끝날까, 락다운.


도대체 락다운은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일하고 밥 먹고 산책하고 슈퍼마켓 가는 것을 2021년 주된 루틴으로 3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차도 직접 가서 시향한 뒤 사고 싶고, 사고 싶은 물건도 직접 보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데 그런 일련의 행동을 할 수 없으니 정말 답답하다. 사실 초반에는 영국도 코로나 덕에 온라인 배송이 정말 엄청나게 진화한 듯해서 내심 좋았는데 심지어 한국보다 빠른 것 같기도 해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이제는 매력이 좀 많이 반감되었다. 그냥 상점에 가서 직접 보고 만지고 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어떤 '경험'자체를 그리워하게 된 것 같다.


영국은 백신 접종자가 대략 3천만 명 정도가 되었고, 현재는 50대 위주로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인구 기준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이 대략 45%가량이니 정말 엄청난 속도이긴 하다. 주변에 접종을 맞은 사람들도 많은데,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부작용이 심하다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왔다는 사람은 아직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 동네 GP마다 백신의 종류가 조금씩 다른 것 같긴 한데, 들리는 카더라에 의하면 우리 동네는 화이자라는 소문이 있다. 우리는 30대라 아마 7월 말 정도 되면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런 밍밍한 일상에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해가 있는 시간이 길어져 28일부터 서머타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햇빛이 있어 몸에 활기가 돋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어디 가고 싶어 몸이 더 근질근질해졌다. 책을 보거나 티브이를 보다가도 어디 지역 이름만 언급되면 거기 가고 싶어서 사진을 뒤적거려본다. 최근에는 날씨가 하루 종일 우중충해서 잿빛으로 채워져있다가 한두 시간 해가 쨍하게 찌는 아주 영국스럽게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우중충하게 있을 바에 해가 쨍 있는 상태에서 시원하게 내리는 동남아의 스콜을 보면 기분이 아주 상쾌해질 것 같다고 계속 생각했다. 뜨거운 날씨에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는데 에어컨 속에서 시원한 과일 주스를 먹는 그런 기분... 이래서 영국인들이 틈만 나면 날씨 좋은 데로 다 나가는 거다. 완전 이해가 간다.


그 기분이라도 느끼고자 또 사진첩을 뒤적거렸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대리만족이라도 해야 뭔가 이 답답함이 풀린 것 같았다. 그래서 발견한 사진, 푸켓에 있는 키말라 리조트는 진짜 천국이었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프로모션 받아 갔었는데, 정말 제대로 호강했다. 동영상 찍은 거 몇 개 보고 겨우 대리만족하고, 코로나 이후에도 여기가 망하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며 겨우 답답함을 진정시켰다. 이래서 행복했던 경험과 추억이 중요하다, 이렇게 활용이 된다.



예전의 즐겁고 행복했던 경험이나 기억을 이따금씩 곱씹어가며 이 답답한 시국을 견디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최근에 읽은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흥미로운 구절을 봤다.

인간에게 행복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니까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행복이 그 도구로써의 목적이 크다는 것인데, 때문에 행복은 어떤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도록 하는 빈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상황을 보았을 때, 나는 작은 행복을 비교적 많이 누적시켜왔기 때문에 그 기억과 행복감으로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답답하고 쳇바퀴 같은 삶을 어느 정도 버티어 내고 있지 않나 싶었다. 지금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그 행복을 끄집어 내어서 느껴야 하기도 한다. 책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주로 행복한 사람들은 공연이나 여행과 같은 '경험'을 위한 지출이 많고 불행한 이들은 옷이나 물건 같은 '물질' 구매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까 경험 구매를 많이 할수록 행복도가 높다는 것인데, 코로나 시국에서는 다양한 경험 구매를 하는데도 제한이 있고, 어떻게 하면 작은 행복의 빈도를 높일까... 그냥 맛있는 것 남편이랑 해먹는 걸로 만족해야겠다고 혼자 생각을 했는데! 마침, 저자의 마지막 결론도 비슷해서 신기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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