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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Jun 30. 2021

영국에서 이직하기 (2)


다시 출근, 뉴노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었고, 멀게만 느껴진 기술들과 미래의 이야기가 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 의미에서 팬데믹 와중에 하는 이직의 경험은 나름대로 신선했다.


#퇴사 #기기반납

심플하게 퇴사 노티스를 날리고 며칠 뒤 Accept letter를 받았다. 그때까지 사무실 출근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핸드오버 노트를 꼼꼼히 작성해서 뿌리고, 내 폴더 아카이브를 정리해서 넘겨주었다 (사실 이 동네는 핸드오버의 개념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동료들과 인사도 팀즈(Teams)로 소소하게 인사 정도 주고받았다. 그리고 일하던 컴퓨터를 정리해서 사원증과 반납하면 끝이다. 한국에서도 느꼈지만 마지막은 늘 심플하다. 내 인생 두 번째 퇴사다.


#기기수령 #하이브리드출퇴근

새로운 회사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에도 재택을 유지한다고 한다. 일명 "하이브리드 시스템". 코로나가 종식(?) 된다면 아마 일주일 중 일부 출근 정도로 바뀌지 않을까 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많은 사람들이 1년 반 이상 재택 하며 적응하였고, 어떻게 해야 집에서 효율을 높이는지 숙달되어서 굳이 오피스에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오히려 사무실 임대료가 굳는다. 때문에 업무를 하기 위한 컴퓨터와 모니터 등의 IT 기기 그리고 추가로 요청하였던 책상과 의자를 별도로 집으로 보내주었다. 참 신기한 변화다. 재택근무가 사생활과 분간이 안된다지만 그럼에도 이점이 더 많다고 느껴지는 것은 내가 고용주가 아니라 그런 것일까? 간간이 방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방문 예약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많은 회사들이 변모 중이다.


#세금 #Tax #P45

새 회사에서 P45라는 걸 내라는데, 알아보니 이는 전 회사를 퇴직했다는 마지막 세금 증명서 비슷한 것이다. 이를 전 회사에서 받아서 새 회사에 넘겨줘야 인사 행정이 마무리된다. 사담으로 영국은 특이한 것이 근무시간이 적어서 그런진 모르나 투잡이 허용된다. 다만 두 번째 잡에서 세금을 왕창 뗀다. 우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아깝지만 항상 연금은 Opt-out 하는데 세율이 한국에서 연금 포함한 것 비슷하다. 월급쟁이 지갑은 어딜 가나 항상 투명하다ㅠ

꽃이름이 이쁘다, Sweet Williams

그래서 얼마나 영국에 있을 건데?라고 누가 묻는다면 모르겠다고 항상 대답한다. 서로 다른 세상에 발을 하나씩 담그고 살아가 보는 것은 다이나믹하긴 하지만 재미있다. 무엇보다 특정 한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양국의 반응을 비교해보는 것은 소소한 재미다.


이번에 이직을 하며 느낀 것은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인해 실업난이다 문 닫는 데가 많아졌다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직종은 서서히 사라지지만 다른 한쪽, 이를테면 IT 쪽 개발자라던가 혹은 잘 내가 모르는 다른 산업들의 어느 같은 직군에서는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구인난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인구가 줄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실제 노동가능 인구는(16세-64세) 많고 그 위험이 오는 시기는 조금 더 남았다고, 대략 10년 정도, 한다 (인구 미래 공존, 조영태). 반면 유럽 선진국의 경우 노동인구가 이미 적으니 계약직 파트타임 투잡 등으로 형태가 아주 다양하다. 가까운 예로 일본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아주 심플한 경제 논리를 떠올려보면,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어느 산업이 내리막길 가고 있는 곳이 있다면 당연히 뜨는 곳도 있고 사람이 몰리는 곳도 있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곳도 어디든 있다. 내가 그 자원을 못 찾았다면 누군가는 호황을 찾아 누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다만 입을 다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구나를 이번에 좀 깨달았다.

한편 ‘자본주의를 구하라'로 유명한 로버트 라이시는 팬데믹 이후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구분이 아니라, 새로운 직업 계급이 4개로 나누어질 것이라는 글을 작년 가디언에 기고한 적이 있다. (Covid-19 pandemic shines a light on a new kind of class divide and its inequalities | Robert Reich | The Guardian). 원격근무 가능 노동자/ 필수 노동자/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잊힌 노동자. 새로움 패러다임이 또 다른 직업의 구분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세상이 산업혁명급으로 뭔가 바뀌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소용돌이에 있으니 뭔지도 모르고 마구 끌려가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인적 자원으로서의 뉴 노말의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사람이 말랑말랑해지도록 꾸준히 재교육을 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나에게 앞으로 필요한 재교육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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