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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Jun 15. 2021

꽃을 사는 이유

작약을 드디어 구했다. 작약은 보통 4월 말 정도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5월, 6월까지만 나오는 꽃인데 지난 두 달간 구하기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오전에 마트에 가던 날 알디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작약을 채워 넣는 것을 보고 얼른 집어 왔다. 같이 꽂아 놓을 스톡(stocks, 주식과 스펠링이 같다)이라는 꽃과 함께. 마침 내 퇴사와 겹쳐, 발견하게 된 것을 보니 이 적작약은 나와 함께할 운이었다. 기념비적인 꽃이다. 하루 만에 만개한 작약을 거실 오며 가며 보니 기분이 두 배는 좋아진다.


한국에서는 꽃을 살 생각을 자주는 못했다.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서 어버이날 정도만 작은 바구니를 샀다. 그러던 중에 회사에서 꽃꽂이 클래스를 해주길래 동기들과 수강했는데 생각보다 정신적으로 많이 힐링이 되고 스트레스가 완화돼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좀 하던 와중에 회사 어렵다고 클래스를 없애버려서 그 이후로는 양재동에 가서 가끔 꽃을 사기 시작했다. 가격도 일반 꽃집보다 훨씬 저렴하고 계절에 나오는 꽃도 볼 수 있어 아주 괜찮았다. 혹자는 꽃은 지면 사라지는 것이니 돈 생각하면 효율이 없다거나 아깝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은근하게 스며들어와 나에게 작용하는 정서적 기능을 알게 된다면 꽃을 보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행위다.

영국에서는 꽃의 이러한 능력을 진즉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뭔지 가든에서도 꽃을 많이 키우지만 마트에서도 여느 야채처럼 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도 알 작은 장미 한 다발의 경우 3-4천 원 정도면 살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없어 지나가던 길에 쓱 담게 된다. 소소한 선물로도 최고지만 기분이 꿀꿀한 한 날이나,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날 같은 때는 특히 일부러 사다가 꽂아놓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정말 기분이 많이 풀린다. 어떻게 보면 3-4천원의 x발 비용 같은 셈인데 이게 정말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니 x발 비용이 아니고, 약 값 정도 다르게 생각하면 되려나. 특히 작년 코로나 때는 봉쇄돼서 집에만 있으니 꽃의 능력을 더 잘 경험했다.


어릴 때 식물도감을 참 많이 봤는데, 그 비스름한 꽃 전용 도감, 색깔 도감 같은 것을 얼마 전 서점에서 보게 되었다. 어떤 색 구성과 배합을 하면 좋은지 수백 가지 색상표도 있고 세상에 별 책이 다 있구나 싶다. 이런 환경때문인지 이 비스무리한 책은 영국의 집마다 하나씩 구비해 놓은 것 같다. 한 권 사서 따라 해 보고 싶은데 아직도 뭘 살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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