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스윙 Jun 15. 2021

리딩위크, 읽는 것이란.



내가 대학원을 마친 UCL에서는 한 텀 중간마다 ‘Reading week 리딩 위크’라는 것이 1-2주가량 존재했다. 도대체 방학도 아니고 학기 중간에 저렇게 끼어있는 리딩위크라는 것이 뭐냐, 시간 줄 테니 머리 쉬며 어디 놀러 가라는 건가? 뭘 읽으라는 거지? 읽을 걸 주나? 의문이 좀 들었는데 이제는 그 의도를 명확히 알 것 같다.


6주 정도 수업을 하고 과제를 하다 보면 머릿속에 내용이 차곡차곡 쌓이는 한편 다른 쪽으로는 이건 뭐지? 모르는 게 한도 끝도 없이 많아져서 (솔직하게는 나의 무식함을 깨달아가며) 궁금한 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그것에 대해 부가적으로 찾아보고 탐구해볼 시간이 필요한데, 학기 중에는 과제하기도 빠듯하니, 리딩 위크라는 이 시간은 내 생각을 좀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찾아보려고 생각하거나 메모했던 부분을 넘기지 않고 찾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니, 관련 책과 논문 등의 자료를 읽어 봄으로써 어떤 분야 혹은 파생된 분야에 대해 발을 조금 더 담그어 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집중 독서 시간이라 하겠다. 실제로 이때 읽었던 다양한 자료들이 레퍼런스로 활용도 된다. 어쨌든 대학원 때 경험한 이 방식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하여, 1년에 한 번씩은 일주일 정도라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데 (작년에는 자가 격리할 때, 코로나 첫 락다운 동안 리딩 위크를 가졌다), 빌게이츠도 이러한 읽기 방식을 수십 년째 고수하고 있다 한다. ‘Think week’라고 일주일 정도 읽을 책을 싹 모아다가 오두막 같은 곳에서 그냥 책만 냅다 읽는다는데 (대략 하루 18시간 정도 ㄷ ㄷ ), 이러한 읽기 방식이 효과가 좋으니 학교에서도 도입을 한 것일까?

사족이지만 프랑스인의 경우 이런 읽기 습관이 몸에 그냥 베어 있는데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이들의 대학 입시 특성상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빵을 먹고 와인을 마시고 공기로 숨 쉬는 것 같이 ‘읽는 행위’가 너무 당연한 것 같았다. 우리는 시험 전날 커피 마셔가며 ppt랑 전공책 보고 있는데, 옆에서 한참 소설책 보다가 가는 것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일이 있다. 시험 전날 옆에서 다른 책 보는 학생들은 ‘모두’ 프랑스인이었다. 공부도 공부지만 밥을 거르지는 않듯, 습관처럼 읽던 책을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프랑스 국민 중 대략 10명 중 9명이 책을 보는 습관이 있다 하니 참 신기하면서도 이런 스타일에는 ‘리딩위크’가 오히려 임팩트가 없을 수도 있겠다.


어디선가 그 분야에 대해 파악하려면 관련 책 10권 정도만 봐도 코스하나 수료할 수준 정도 된다고 본 적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과 질문에 실낱같은 답이라도 얻어보려면 적어도 저 정도는 봐야 하나보다. 누구처럼 일 18시간까지는 나한테는 당장 무리지만, 어쨌든 이번 자체 리딩 위크를 통해 최근에 관심 가지고 있던 분야의 호기심을 조금 더 풀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국에서 이직하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