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스윙 Aug 06. 2021

영국 부동산 임장


한국 부동산이 너무 비싸서, 이제는 내 손에서 너무 멀어진 느낌이다. 집을 투자 수단이라기보다는 가장 본질적인 주거의 기능으로 보자면 노른자 위 땅에 돈 깔고 누워 있는 것보다도 외곽에 넉넉한 공간을 가지고 사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큰돈이니 투자의 관점으로 입지조건을 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집의 투자와 기능적 측면에서 고민하자면 내면에서 끝없는 갈등이 발생한다. 물론, 이런 고민의 근원은 한정된 자원이다. 사실 이러한 고민이 생기게 된 것이 영국에 지내면서 주거와 부동산의 개념과 인식이 개인적으로 조금씩 바뀌어서인 것이 크다.

그런데 마침 남편이 회사에서 학비 지원을 받아 영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갑자기 확 늘어났다. 영국은 모기지가 (개인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95%까지 나오고 (2008년에는 100%였다 하는데 미국에서 서브프라임이 터지고 이게 없어진 듯하다), 런던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한국보다 집값이 저렴해서 (철근 콘크리트 베이스가 아닌 켜켜히 쌓아올린 벽돌집이라 자재나 내구성 측면에서 보자면 건물의 질이 더 좋다) 가끔씩 부동산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마침 동네 근처 새로 분양받는 곳이 있어 상담을 잡고 구경을 가봤다.

도시는 아파트 형태인 Flat이 많지만 조금만 나가도 하우스 형태가 영국의 전형적인 집의 모습인데, 평면으로 펼쳐져 있는 한국식 아파트를 1층은 주방과 거실, 2층은 방들로 나눈 복층이라 생각하면 된다. 낡은 하우스만 보다가 새 건물을 보니 엄청 좋아 보였다.


일단 일층에는 주방, 거실, 차고지 (Gym으로 쓸 수도 있음), 그리고 뒤에는 작은 정원이 딸려있고, 이층에는 방 5개로 구성되어 있는 집이 약 £300,000, 한화 5억이 좀 안된다. 기본적인 가전인 냉장고 오븐 인덕션 식기세척기 후드 세탁기 등이 모두 포함이다. 마감재가 괜찮은 것인지 인테리어빨인지 모르겠으나 살면서 한번쯤은 꿈꾸는 그런 집이다. 코로나로 2-3년 더 봉쇄해도 잘 살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건축회사가 부지를 잡고 주변에 택지 개발을 하여 200세대 정도 거주하도록 Complex를 만들어 하나씩 분양을 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벽돌집이라 그런지 부지 전체 공사기간이 대략 5-6년이나 된다. 요즘 트렌드인지는 모르겠으나 차 타고 다니다 보면 이런 식의 아기자기한 단지들이 중간중간 많다. 대부분 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시내와 멀어도 크게 문제 되지가 않는듯하다. 참고로 예전에 어디선가 봤는데 서구권에서는 기차/지하철역 근처 (이른바 역세권)는 집이 오히려 저렴한데 소음과 홈리스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한다.

신기하게도 처음 집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집을 소유한 적 없는) 5년간 일부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등의 정부 혜택이 있어 솔깃한데 그래도 큰돈이 들어가니만큼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다.

사담으로 런던 센터는 월세 돌리는 (조상부터 대대손손) 거부들이 보통 집을 2-300개씩 가지고 있다. 이는 주로 끊임없이 런던에 유입되는 학생 직장인의 수요 그리고 중동, 중국, 러시아, 제3국의 부자들의 안전한 자금 보관처로 취급되어 런던의 집값은 내릴 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적으로 외곽은 정말 ‘실수요자’들의 시장인지 가격이 완만하게 올랐다 내렸다 하는 모습이 한국보다 주택시장이 훨씬 안정돼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모기지를 비롯해서 에너지 등급 세금등 이것저것 조금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나름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집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란 무엇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