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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Oct 20. 2021

1년 반 째, 재택근무하는 삶

출처: mediacatmagazine.co.uk


2020년 3월 처음 락다운을 시작하고, 중간에 이직을 한 번 했고, 쭉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9월 6일부터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encouraging 을 했으나, 말 그대로 그냥 encouraging이고 대부분은 집에서 여전히 일을 하거나 주중 특별한 용무가 있을 경우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하는 하이브리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설문도 받았는데, 나는 재택근무 찬성파로 그 이유를 쭉 설명해 제출했다.


일단 내 업무는 프로젝터에 띄워 같이 보고 협의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모니터로 다 같이 공유하니 더 효율적이라 일의 능률이 올라간다. 출퇴근을 안 하니 차 기름값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추가로 빨래를 돌린다던가의 소소한 집안일을 중간에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물론 단점은 집과 오피스의 경계가 살짝 흐려진다는 것, 실제 근무시간인 주 37시간보다 좀 더 많이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메일도 주기적으로 더 자주 늦게까지 확인하게 된다. 서론이 길었지만 재택근무는 심플하게 말해, 앉아 있는 시간의 양보다는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제도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대부분 재택근무하며 일을 더하면 더했지 덜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회사에서도 이를 인지해서 억지로라도 근무 중에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어드바이스를 준다. 오히려 스트레스나 우울증 완화에 대한 알림과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눈앞에 없어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판단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런게 신용 사회의 모습일까). 집에서 일을 안 할 거라고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것이랑은 근원적으로 일하며 체감하는 압박이 다르다.


미팅할 때는 보통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사용하는데 재택근무에 유용하도록 점점 진화하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100명 이상이 세미나에 들어가서 하기 어려운 손들고 질문할 수 있는 기능, 칭찬하고 싶어 손뼉을 치면 화면에 박수치는 모양을 보여주는 이모지들은 재택근무의 한계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익명 실시간 질문이 가능하니, 궁금한데 차마 못 물어봤던 애매한 부분이 더 해결되는 느낌이다. 토론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이곳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오픈 팀즈 그룹방이 ‘정말’ 많은데 (팀 방, 기술정보 공유방, 잉글랜드 북부 오피스 방, 지속 가능발전 토론방 등), 오히려 나같이 내성적인 사람에게 좀 더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폭넓게 제공된 것 같아 재택근무의 순기능이라 생각했다. 재택근무라는 것이, 특히나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아무리 봐도 안성맞춤인 것 같다 (INTJ 화이팅).


이런 급격한 변화와 적응이 신기해서 메타버스에 관한 책을 하나 읽었는데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 경제 시대가 온다, 최형욱), 이 책에서 언급한 미래의 오피스 형태, 이를테면 오큘러스를 이용한 가상 사무실 공간, 직원들을 가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여러 시도들, 비즈니스의 디지털화, 랩 등을 이미 다른 브랜치에서 시도 중이라는 회사 내 그룹 커뮤니티 글을 마침! 봤다 (이제라도 페이스북 주식을 사야 할까?). 이렇게 일의 구석구석이 디지털화되고 급변하는 중에, 하다못해 엑셀로 하던 업무도 혁신을 맞으며 새로운 기술에 지속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여러 재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내 성향상 회사만을 위한 것은 절대 안 하는데, 이건 시대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것이다). 다른 건 일이 느린 것 같으면서도 이런 건 또 빠르게 채택하는 걸 보면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사실 1년 반 동안 이런 삶이 지속되고 옆에서 남편도 같이 일하고 한식 먹고 있으니, 몸은 영국에 있지만 밖에 나가지 않는 이상 여기가 한국인지 영국인지 구분이 안 간다. 업무할 때랑 마트 갈 때만 '아, 내가 영국에서 뭔가 사부작 거리고 있구나' 정도를 느낀다. 이게 뭐가 좋다 안 좋다라기보다는, 그냥 신기한 것 같다. 지금의 세상이. 진짜 미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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