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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에 새로운 물결이 일렁인다. 12대 총장 투표를 통해 새로운 총장이 선출된 것이다. 한국 사회에 움츠러들었던 총장 직선제가 다시금 피어나고 있다. 이전까지 대학 총장 선출 방식은 정부 정책이나 법 제도의 변화에 맞추어 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재정 지원과 대학 사업에 있어 정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7년, 정부는 대학 총장 임용후보자 선정방식을 재정 지원 평가와 연동하는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의견보다 대학 자체 의견을 더욱 존중한다는 의미였다. 자유에 힘입어 대학 총장 또한 대학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선출할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우리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가 실현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의 자율성이 부활하고 있는 현재, 우리의 걸음은 어디까지 왔을까. 총장 선임 방식부터 총장 임용후보자가 되는 과정, 그리고 총장 직선제 실현의 역사까지 총장 직선제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보자.
All about 총장선임
총장 선임 방식은 완전 임명제, 간선제, 직선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각각의 방식에 따라 선거 권리를 가진 사람과 임용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우선, 완전 임명제는 법인 이사회나 국가가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완전 임명제의 경우 학내 구성원¹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윤영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사립대학 총장 선출제도 현황’에 따르면 93개의 대학 중 61.3%가 완전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간선제와 직선제는 모두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투표 권한 여부에서 차이를 보인다. 간선제는 교수와 직원, 동문 중 투표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총장 임용후보자를 투표를 진행한다. 이는 보통 총장 임용 후보 위원회가 꾸려져 후보를 정하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임명된다. 직선제는 학내 구성원들이 직접 총장 임용후보자를 뽑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 중 총장 직선제²를 채택한 대학은 우리 대학과 이화여자대학교, 상지대학교 등이 있다. 총장 직선제는 교수, 직원뿐만 아니라 학생의 의사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직선제와 다르게 완전 임명제나 간선제는 학생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학생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창구가 하나 줄어드는 것과 같다. 대학의 주요 정책과 제도, 방향은 총장 주도 하에 결정되기에 총장이 학생에게 주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투표권이 없다면 학교의 정책과 제도, 방향성을 결정에 있어 학생의 의견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직선제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학생에게 당사자성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총장 직선제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총장 직선제 이전, 대학의 자율권 보장이 공식적으로 명시된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였다. 당시 대학 전반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부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것을 반대하였고 이에 대한 시위가 일어났다. 이 투쟁으로 현행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규정이 제정되었다. 이후 완전 임명제에서 교수 직선제로 총장 임용후보자 선정 방식이 변경되었고 이는 총장 직선제의 시발점이 되었다.³ 그러나 대학의 자율권 보장이 법률에 명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권 침해는 사라지지 않았다. 2012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학선진화계획 평가 지표에 총장직선제 개선 방향 항목을 두어 대학 평가를 실행했다. 평가 지표에 따라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선정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학교에 재정적 압박을 가했다. 대학 측에서 반발하자 정부는 직선제를 폐지한 대학에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했다. 하지만 사업 여부가 1~2점 차이로 갈리는 상황에서 직선제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직선제 폐지를 철회하는 대학에 학부 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 지원금 회수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직선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2016년 이화여대의 총장 비리 사건이었다. 당시 이화여대 평생 교육원 설립에 얽힌 등록금 논란과 교육의 질 저하 문제로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여기에 국정농단사태의 특혜 입학 논란까지 가중되었고 이는 총장 직선제의 신호탄이 되었다. 2017년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덕성여대와 성신여대가, 2020년에는 숙명여대가 총장 직선제를 이루어냈다.
덕성의 직선제
올해 우리 대학에서 두 번째로 실시한 총장 직선제는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1차 평가에서 2단계 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게 시작점이었다. 당시 총장을 맡고 있던 이원복 전 총장은 2단계 평가 사태 수습 후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다음 날인 2018년 6월 23일, 이원복 전 총장의 사직서가 수리되었다. 그의 책임 없는 태도에 비판이 거세졌고, 자유 게시판에는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글이 넘쳐났다. 총장의 무책임함과 역량강화대학 선정, 학생들의 직선제 요구에 이사회는 직선제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논의 결과는 민주 대학에 걸맞은 행보였다. 11대 총장부터 직선제를 통해 총장 임용 후보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현재, 2021년 10월을 기준 투표 반영 비율은 교수 70.5%, 직원 13.5%, 학생 12.5%, 동문 3.5%로 직선제를 도입한 서울권 대학 중에서 학생 반영 비율이 가장 높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의 총장 임용 후보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대략적인 순서를 훑어보자. 앞서 말했듯, 총장 임명 권한은 이사회에 있기에 우리의 투표는 임용 후보를 결정하는 일이다. 최종 선정된 한 명의 후보가 이사회의 결정을 거쳐 총장으로 임명된다. 덕성여대 총장 임용 후보 선출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등록 입후보자 공고, 선거운동 시작
2. 선거인명부열람
3. 소견 발표 동영상 게시
4. 1차 정책토론회
5. 2차 정책토론회
6. 선거운동 종료, 투표
▲ ⓒ덕성여자대학교 제12대 총장임용후보자선출규정
총장 임용후보자 모집 공고 게시 후, 후보자 모집이 완료되면 총장임용선거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기호 추첨을 실행한다. 만약 모집이 원활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모집 마감일을 연장할 수 있다. 입후보자는 입후보자 등록 신청서, 추천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학교발전계획서, 연구실적목록 등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기호 추첨이 완료되면 위원회는 입후보자와 기호를 일괄적으로 공개한다. 두 번째 순서는 선거인명부 열람이다. 선거인명부란 유권자의 수를 집계해 기록해둔 장부이다. 유권자의 수를 파악하고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으로 본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선거인명부를 통해 자신의 투표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소견 발표 동영상 게시다. 소견 동영상은 후보자 공약과 간략한 소감, 이력 등이 들어간 10분 이내의 영상이다. 동영상은 지정된 마감일까지 게시하는 것으로 홈페이지와 덕성여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다. 후보자는 14일 이상 정책을 알려 유권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정책토론회는 2회에 걸쳐 실시한다. 정책토론회 이후 선거 전일 24시까지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토론회는 정책 발표, 정책 토론,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진다. 정책 발표는 각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발표하며 주요 공약을 내세운다. 정책토론회는 다른 후보에게 질의하고 답변을 받는 시간으로 각 후보당 3번의 질문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은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후보에게 질문하는 것으로 교수, 직원, 재학생, 동문 대표가 각각 3개의 질문을 추려 선관위에 제출 후 답변을 받는다. 이후 투표, 개표가 진행되며 총장임용후보자로 결정된 한 명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총장으로 임명된다.
끝나지 않은 민주 대학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총장 직선제지만, 첫 총장 직선 투표는 순탄하지 못했다. 이원복 전 총장이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덕성의 첫 직선제 투표가 치러졌다. 그러나 11대 총장 임용후보자 결선 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학생들의 지지가 단 1.6%밖에 되지 않은 총장 임용 후보가 선발되었다. 약 98%의 학생이 강수경 후보를 지지했으나 전체 득표율에 밀려 다른 후보가 선발된 것이다. 강수경 후보의 득표수는 학생 3,386명, 교직원 128명으로 총 3,514표였다. 반면 한상권 후보는 학생 58명, 교직원 134명으로, 총 192표를 얻어 총장 임용 후보가 되었다.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 공간 안에서 일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표는 과연 직선제의 의미에 부합하는 대표인가. 학생들에게 2%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총장 임용 후보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⁴
1980년대부터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으나, 직선제의 도입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현재 학교의 운영 주체가 학생이 아니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미 학교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주체로서 제 역할 이상의 노력을 하고 있다. 덕성여대의 2021년은 도전과 기회의 해였다. 2022년 총학생회⁵가 결성되었고 역량 강화 대학이 아닌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었다. 모두 제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덕성의 위기는 기회로 변했고 기회는 이제 도약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학생에게 총장 직선제는 어떤 의미일까. 직접 투표는 학생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권리의 조각이다. 결국 후보들은 유권자의 편의를 위한 정책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선을 위해 투표권이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게 당연해졌다. 학생이 투표에서 배제된다면 학생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늘어나기 어렵다. 투표는 학생의 권리와 편의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다.
또한 총장 직선제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 효과는 사회를 감시하는 새로운 동력으로 이어진다. 학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누가 나쁜 일을 하지는 않는지 능동적으로 살핀다. 육천 명의 학생이 덕성의 감시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다른 선출 방식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 운영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당장 우리가 일궈낸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직접 총장을 뽑았어도 아직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을 살펴봤을 때, 위기를 딛고 일어섰고 새로운 총장 선임 방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학교에 닿았다는 증거라고 할 만하다. 언제든 목소리를 낼 준비도 되어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우리의 역사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¹ 학내 구성원은 교원, 직원, 학생이다.
² 총장 직선제는 갈래에 따라 다시 크게 상향 직선제와 교직원 직선제로 나뉜다. 상향 직선제는 세 가지가 존재하며 상향 직선제 1은 재학생 전원이 투표권을 갖지만, 2, 3의 경우는 일부만 투표권을 갖거나 갖지 못한다. 본 글에서 말하는 총장 직선제란 상향 직선제 1을 채택하고 있는 학교를 말한다.
³ 그러나 교수 간의 파벌 싸움과 그로 인한 연구 소홀의 문제로 간선제를 택하는 학교가 늘어났다. 물론 간선제도 그 러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다.
⁴ 사태에 반발한 학우들은 음료수 ‘이프로(2%)’ 캔으로 트리를 만들어 이에 관련한 시위를 하기도 했다.
⁵ 2019년에는 총학생회가 있었으나 2020년과 2021년에는 총학생회가 존재하지 않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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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옥주, 「국공립대학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서울법학』, 28(3), 2020, 1-42
윤석만, 「다시 부는 총장 직선제 바람, 학내 민주화일까 포퓰리즘일까」, 『중앙일보』, 2019.06.02
이송현(외2인), 「17년 만에 재도입된 총장 직선제, 그 배경을 돌아보다」, 『이대학보』, 2020.09.07
이수범, 「‘6월항쟁 성과’ 총장직선제…대학 자율 옥죄기는 민주화운동 ‘알레르기’?」, 『한겨레』, 2015.08.20
이은지, 「박근혜 정부때 간선제 총장 뽑던 국립대 5곳 “올부터 직선제”」, 『중앙일보』, 2019.02.19
이하은, 「사립대 총장선출, 구성원 참여 대학 30%도 안 돼」, 『한국대학신문』, 2018.10.11
전민희, 「정권 따라 바뀌는 국립대 총장 선출…직선제 부활 움직임」, 『중앙일보』, 2017.07.28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직선거법」, 2021.09.27
지병근, 「총장직선제의 현실과 과제: 조선대 총장선거(1988~2019) 사례분석」, 『敎育問題硏究』, 32(4), 2019, 137-162
「사학과 한상권 교수, 총장 직무대리로 임명돼」, 『덕성여대신문』, 2018.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