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맥교지편집위원회 May 26. 2023

[84호][사회] ‘돈’을 아십니까?

B.


 종이가 세상을 굴린다. 불에 타 사라질 수도, 물에 젖어 찢어질 수도 있는 퀴퀴한 종이들이 세상을 굴리고 있다. 이 종이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노동을 하거나 알 수 없는 미래에 투자한다. 이 종이는 자본주의의 중점이며 오늘날 많은 이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일반 종이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함부로 재활용품 수거함에 버릴 수 없는 바로 그 ‘종이’.


그래서, 그 ‘종이’가 뭔데? 


돈 돈 돈!

2022년, 대한민국의 경제는 그야말로 격동(激動)했다.

▲ (좌) 한국 기준금리 추이 ⓒ뉴스핌 | ▲ (우) 한국 소비자물가 및 생활물가 상승률 추이 ⓒ아시아경제

 이례적인 금리 인상의 해였다. 돈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가 오르고 또 올랐다. 한낱 ‘종이’의 값이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2020년 3월 0.5%에 불과했던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기준 3.5%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각 은행의 예금과 대출의 금리 또한 인상되었다. 금리 인상에는 불안정한 물가의 영향이 컸다. 소비자물가상승률1) 은 2019년 0.4%, 2020년 0.5%, 2021년 2.5%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지난해 5.1%로 크게 상승했다.2) 이는 1998년 외환위기(7.5%) 이후 최고치다. 특히 전기·가스·수도는 12.6%가 상승해 통계 편제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3)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1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금리인하는 물가가 정책목표상 예상하는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해 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 5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약 1년 반 사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p 올랐다. 이 같은 금리 인상에 개인과 기업이 감당하는 이자는 무려 64조 원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4)  


 국민연금이 고갈된다?

 2023년, 국민연금 개혁이 다가온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사회보장제도 중에서도 보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대표적인 사회보험제도다. 가입자나 사용자로부터 받는 정률의 보험료를 재원으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소득이 중단되거나 상실될 위험이 있는 이들에게 급여를 제공한다.5) 이런 국민연금에 ‘고갈’이라는 단어가 붙자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특히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고갈 시기와 맞물리는 청년세대의 반발이 거셌다. 국민연금은 정말 고갈되는 것일까?

▲ 고갈 시점 빨라진 국민연금 ⓒ매일경제

 보건복지부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6) 시산 결과를 발표하며 “2041년에 적립 기금이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7) 2018년 제4차 재정추계 때보다 예상 소진 시점이 2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이번 추계에서는 국민연금 재정의 핵심 변수인 인구구조와 앞으로의 경제 상황 모두 지난 4차 추계에 비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8) 경제환경과 인구구조가 급변하면서 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들지만, 돈을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미리 쌓아둔 후 수령 기준 나이에 지급하는 지금의 ‘적립식’에서 그해 걷어 그해에 주는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그해 보험료는 주 납부 대상인 청장년층이 부담하게 된다.9) 


 정부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지속을 위한 개혁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국민연금 제도개선, 기초연금과 연계한 종합운영계획을 올해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10)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열린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는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11) 즉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7년 5월 전후로 연금개혁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은 “2027년 초·중반에서야 연금개혁 최종안을 내겠다는 것은 개혁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12) 연금 개혁이 늦어질수록 다음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도 있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연금개혁이 늦어짐에 따라 4차 재정계산에 비해 필요보험료율이 약 1.66~1.8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시사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13)

 청년 세대에서 국민연금은 결국 되돌려 받지 못하는 돈이라는 인식이 굳건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재정이 고갈되어 수급 연령에도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즐비한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은 ‘지금 국민연금이 처한 현실이 어떤지’ 국민에게 제대로 밝히고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장점’을 청년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이후 공론화를 통해 ‘특정 세대가 지나치게 손해를 보지 않게끔’ 다양한 옵션을 적용해 운용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14)


 레고랜드? 그게 뭔데

 2022년 한국 채권시장의 중심에는 레고랜드가 있었다. 레고랜드 사태는 지난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강원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BNK투자증권에 빌린 2,050억 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GJC에 대해 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라는 발언에서 발발했다.15)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건설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특수목적회사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해 2,05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16) (이하 ABCP)을 발행했다. 강원도가 이 물량에 보증을 섰고, 주관사를 맡은 BNK투자증권이 전액 인수해 증권사들에 판매했다.17) 그러나 채권 만기일인 2022년 9월 29일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강원도지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를 회생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강원도는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았고, 2,050억 원의 채권은 최종 부도 처리되었다.18)

 금융시장은 강원도지사의 기업 회생 신청을 ‘디폴트(default) 선언’, 즉 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받아들였다.19) 다시 말해,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선 ABCP 2,050억 원을 갚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증 실패’가 시장에 주는 충격은 엄청났다. 지자체 채권마저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더한 악재로 작용했다.20)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자 강원도지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원도는 처음부터 보증 채무를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디폴트를 선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21)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계속되자 정부 또한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이후 강원도는 지난 12월 12일 레고랜드 관련 보증채무 2,050억 원을 전액 상환했다. 12월 15일에는 강원도중도개발공사에 대한 회생 신청 계획도 철회했다. 정부와 강원도지사의 수습에도 채권시장 동결은 지속됐다. 시장의 신용은 상당 부분 휘발되어 회복하지 못했다.  


 종이가, 돈이 세상을 굴린다. 21세기 자본주의 아래 우리는 돈과 떼놓을 수 없는 삶을 산다. 돈의 흐름을 읽는 것은 사회를 해석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돈의 흐름을 알면 어떤 선택의 이유가 보일 때도, 다음에 올 선택이 보일 때도 있다. 경제는 예측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세상을 예측해보고 싶게 만든다. 필자에게는 이 점이 경제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 글의 마지막 활자까지 읽은 당신과 경제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흥미로운 경험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강재구, 「시민단체, ‘레고랜드’ 사태 김진태 강원도지사 공수처 고발」, 『한겨레』, 2022.12.27.

고혜영, 「정부 50조원 유동성 긴급대책에...증시 상승세로 출발」, 『매일경제』, 2022.10.24.

곽용희, 「내년 10월 연금개혁안 발표해도 늦는데…2027년에나 최종案 내겠다는 尹정부」, 『한국경제』, 2022.12.16.

김상철, 「지각 출발한 '연금개혁' 서둘러야 하는 이유」, 『주간조선』, 2022.12.29.

김소영, 「“국민연금 재정, 부가세율 올려 확충” vs “보험료율 인상이 먼저”」, 『동아일보』, 2022.12.22.

김지원, 「김진태 "디폴트 선언한 적 없다"…보증 채무 벗어날 생각 없다」, 『강원일보』, 2022.10.24.

김혜원 외2인, 「24년만에 최고치 뚫은 물가…내년 ‘상고하저’ 전망」, 『아시아경제』, 2022.12.30.

김화영, 「12월 기대인플레이션율 3.8%…6개월 만에 3%대」, 『KBS NEWS』, 2022.12.27.

남정현·한재혁, 「[일문일답]이창용 "연내 금리인하는 시기 상조"」, 『뉴시스』, 2023.01.13.

배주환, 「금리인상 마무리 수순?‥빚 부담은 이제부터」, 『MBC 뉴스』, 2023.01.13.

배준용, 「[치적 쌓기·성급한 해결 좇은 포퓰리즘이 초래한 레고랜드 사태」, 『조선일보』, 2022.11.05.

성연진, 「한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올린 이유는? [머니뭐니]」, 『헤럴드경제』, 2023.01.13.

성연진·김현경, 「물가가 밀어올린 기준금리, 정점은 언제쯤?」, 『헤럴드경제』, 2023.01.13.

송승섭, 「김진태와 레고랜드는 어떻게 금융시장을 흔들었나[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아시아경제』, 2022.10.24.

송승섭, 「빨라진 국민연금 고갈시계…2055년 소진, 2070년 보험료 35%」, 『아시아경제』, 2023.01.27.

신승민, 「“원하는 사람만 냅시다”…MZ 세대 ‘국민연금 불신’ 왜?」, 『KBS NEWS』, 2022.12.17.

윤한슬, 「국민연금 소진 시점 2년 빨라졌다…2055년 완전 고갈」, 『한국일보』, 2023.01.27.

이상헌,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계획 철회」, 『매일경제』, 2022.12.15.

이에스더 외2인, 「2년 더 앞당겨진 국민연금 고갈...그땐 '소득 26%' 보험료 내야」, 『중앙일보』, 2023.01.27.

이재연, 「이창용 “한국, 올해는 고유가 고통 덜 받아…내년엔 반대”」, 『한겨레』, 2022.12.20.

재정추계전문위원회,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 발표」, 『보건복지부』, 2023.

정연우·윤혜원, 「[창간 기획|지자체發 신구권력 충돌] "장기사업 연속성이 중요" vs "수익성 최우선으로 따져야"」, 『아주경제』, 2022.11.11.

정책기획관 기획조정담당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보건복지부』, 2023. 


작가의 이전글 [84호][사회] 도시를 만든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