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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근영 Mar 30. 2017

싱가포르는 요술쟁이

여행자를 단번에 매혹시키는 싱가포르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발을 디뎠다. 1992년 1월이었다.


“4일 동안 싱가포르에 다녀왔어. 싱가포르는 서울의 반만 할까. 아주 작은 도시국가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면서 감탄에 또 감탄을 연발했단다. 방금 물청소를 끝낸 것처럼 도시는 너무도 깨끗했어. 교통정책이 잘 되어있어서 러시아워에도 교통체증이라는 게 없더구나. 우리나라 롯데백화점보다 휘황찬란한 쇼핑센터들이 여러 거리에 밀집되어 있어 쇼핑하는 재미가 얼마나 좋던지. 덕분에 지갑이 얇아졌지뭐야. 히히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도 그 사이사이로 열대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도시의 삭막함은 느껴지지 않더라. 똑같은 건물은 허가가 안나와서 그렇다는데 모든 건물이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어. 특색 없이 똑같이 생긴 건물만 보고 살아온 내 눈엔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저녁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싱가포르 리버 근처 노천카페에서 맥주 한 잔 했다. 신나는 음악도 나오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났어. 서양인도 얼마나 많은지 동서양의 점이지대에 와있는 듯하더라.  난 역시 이런 곳이 어울려.


싱가포르의 전체적인 느낌은 뭐랄까, 자연미와 인공미의 조화가 잘 어우지는 곳이라고 할까. 동봉한 사진을 감상해 보렴. 너도 언젠가 기회가 되겠지만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 좋겠다. 여행을 하면 시야가 넓어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니까.


한국은 곧 봄이 오겠구나. 늘 건강하고. 언니가”




내 여권에 두번째로 입국 스탬프가 찍힌 나라가 싱가포르였다. 처음 가본 곳이어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싱가포르의 풍경에 압도된 나는 시골에서 갓 상경한 촌놈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그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로 한국에 있던 동생에게 편지를 썼었다. 그 이후 여러 차례 출장으로 싱가포르에 다녀왔지만 마지막으로 방문한 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대략 2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다른 나라를 여행하느라 바빴고 싱가포르는 기억 속에 아득하게 묻혀 있었다.

3월 초, 여행운이 따라주어 나는 싱가포르를 다시 가게 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오래전에 헤어진 첫사랑이라도 만나러 가듯 마음이 부풀었다. 혹여 기억 속의 이미지와 달라서 실망스러울까 염려도 되었다.  




제일 먼저 어디를 가볼까. 아무래도 예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부터 가야겠지.

첫날에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쪽을 택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서면 산책 삼아 둘러본 후 저녁을 먹으면 맞을 시간이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Gardens by the bay)

마리나 베이 근처에 자리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초대형 인공정원이다. 101 헥타르의 규모라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단위여서 넓이를 환산해 보았다. 1백만 제곱미터, 그러니까 30만 평이 넘는다. 산책 삼아 둘러보기에는 너무 넓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최소한 하루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정원도시를 추구하는 싱가포르답게 깔끔하게 조성된 녹지와 여러 테마로 구성된 정원이 인상적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수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이다. 높이가 25m에서 50m나 되어 말 그대로 수퍼트리다. 식물을 심어놓은 수직 정원이며 공중 보행로가 있어 나무 사이를 걸어 다닐 수 있다. 형형색색의 조명과 함께하는 뮤직쇼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누워서 보면 환상적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룸이 2천5백 개가 넘는 호텔, 컨벤션 센터, 쇼핑몰, 카지노 등이 있는 복합 리조트이다. 루프트 탑에 있는 수영장 전망이 최고라고 한다. 누구나 묵어보고 싶어 하는 호텔이지 않을까.





멀라이언 파크 (Merlion Park)

머리는 사자, 몸은 물고기 모습을 한 동상이 있다. 싱가포르 홍보 이미지로 많이 쓰인다. 싱가포르를 말레이어로 싱아푸라(Singapura)라고 부르는데 산스크리트어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한다. Singa는 사자, pura는 도시라는 뜻이다. 멀라이언이 싱가포르의 상징인 건 당연하겠다.





마리나 베이 전경 (Marina Bay View)

마리나 베이 샌즈,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멀라이언 동상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낮과 밤에 한 번씩은 가봐야 하는 곳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레이저 쇼가 볼 만하다.






“4일간 싱가포르에 다녀왔어. 맨 처음 갔을 때는 나라가 작아 보여 서울의 반만 할 것 같다고 했었지. 알고 보니 서울 면적보다 조금 더 크더라. 처음 가보는 나라도 아닌데 언니는 또다시 촌놈이 된 기분이 들었어. 신기한 볼거리가 얼마나 많던지. 놀이공원에 풀어놓은 어린아이처럼 지치지도 않고 돌아다녔다.


싱가포르는 놀랍도록 많이 변했더구나. 처음 방문한 나라처럼 모든 것이 새로웠단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으니 당연할 테지. 도시 전체가 잘 가꾸어진 거대한 정원 같아. 작은 묘목이 자라나 큰 숲을 이루듯, 작은 나라지만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싱가포르의 모습에서 나는 엄청난 저력을 보았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루어질 정치적인 혁신을 통해 많은 시스템이 좋게 변모해 가리라 믿는다.    


싱가포르에서는 같은 장소를 가도 낮과 밤의 모습이 달라 지루할 새가 없었어. 특히 마리나 베이 쪽 야경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을 만큼 다채로웠지. 레이저 쇼가 시작된 멀라이언 동상은 현란한 트랜스포머를 연상케 했어. 물고기와 함께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사자 한마리를 본 것 같기도 해. 시시각각 색깔을 바꾸는 마리나 베이 주변의 야경을 보고 있자니 밤이 새도록 앉아있고 싶더라.


싱가포르는 요술쟁이 같아. 요술을 부리지 않고서야 여행자를 단번에 홀릴 수는 없는 거잖아. 다음에 가면 요술지팡이를 찾아볼테야. 시간이 모자라 못보고 온 곳은 다음 방문을 위해 남겨두었어.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 찾아갈 이유가 될테니까. 언제 다시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싱가포르는 또 다른 서프라이즈로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한국은 이제 완전한 봄이다. 머지않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거야. 너도 여행 잘하고 있지? 늘 건강하고. 사랑해. 언니가”


** 본 포스트는 싱가포르 관광청으로부터 일부 경비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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