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근영 May 30. 2017

뼈 없는 고기, 두부

와인과 잘 어울리는 두부 카나페


오랜만에 친구 집에 들러 한가롭게 차를 마셨다. 친구와의 대화 속으로 추임새처럼 끼어들어오는 소리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딸랑딸랑 종소리. 놀랍게도 서울 한복판에 아직 두부장수가 남아있었다. 종소리를 들으니 야들야들하고 따뜻한 김을 올리는 두부가 환히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두부장수의 마케팅 전략은 가히 생리학자 파블로프만큼 위대하지 않은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 두부를 지고 다니며 파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아침마다 종소리가 들리면 두부 사오는 건 내 몫이었다. 사각판 맨 가장자리 두부를 골라오면 엄마는 중간 부분에 있는 게 네 면이 다 부드럽다고 했다. 나는 베보자기에 눌려서 단단해진 가장자리 부분이 고소하고 맛났다. 그런 식감을 좋아하는 나를 엄마는 좀 유별나다고 했다.



두부장수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에는 조금 멀리 있는 두부집까지 가서 사와야 했는데 그 또한 심부름 잘하는 나의 일거리였다. 두부가 만들어져 있으면 바로 사오면 되지만 어떤 날은 다 팔려서 새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기다리다가 사야 할 때도 있었다.


큰 가마솥에 하얀 콩물이 끓고, 아주머니는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쉴 새 없이 젓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간수를 넣고 저어주면 꽃이 피듯 몽글몽글한 모양으로 변해가는 게 보인다. 이 상태가 바로 순두부다. 엉긴 순두부를 바가지로 떠서 네모난 틀에 붓고 면포를 요리조리 오므린 다음 나무판을 덮고 위에 돌을 올려놓는다. 면포 틈으로 모락모락 나는 김과 함께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굳은 두부를 칼로 등분하는 순간이 온다.







엄마는 모두부를 초간장에 찍어먹는 것을 좋아했고 아버지는 두툼하게 썰어 들기름에 노랗게 지져 양념장을 얹은 두부요리를 좋아했다. 나는 두부로 만든 요리는 다 좋아했다. 그중에도 신김치와 돼지고기를 넣어 만든 두루치기에 두부를 곁들여 먹는 게 제일 맛났다. 술과 궁합이 맞는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일찌감치 술안주 형태의 요리에 끌렸던 게 분명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완전식품, 두부.

단백질과 칼슘 성분이 풍부해 ‘뼈 없는 고기’ 또는 ‘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린다. 실제로 채식주의자들은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는 으뜸 식재료로 두부를 꼽는다. 외국에서도 두부를 건강식으로 많이 먹고 있으며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냉장고에 두부를 늘 비치해 둔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로 먹어도 든든하고, 저녁에는 활용할 메뉴가 무궁무진하다. 오늘은 와인과 함께 안주로 먹어도 좋은 '두부 카나페'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와인과 잘 어울리는 두부 카나페


재료 :

두부 1모, 모둠 버섯 100g, 생표고버섯 2개, 베이비채소, 데리야키 소스 4큰술


만들기 :

두부 1모를 8 등분한다. 전분가루를 묻혀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구워낸다. 버섯은 먹기 좋게 잘라둔다. 팬에 버섯을 먼저 넣고 센 불에 볶다가 데리야키 소스 2큰술을 넣어 볶는다. 수분이 남지 않도록 졸여준다. 접시에 베이비채소를 깔고 두부를 담은 후 볶은 버섯과 남은 간장소스 2큰술을 얹는다. 쪽파나 베이비채소를 두부 위에 뿌리듯이 얹는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처럼 맑고 순한, 순무 미역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