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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Sep 07. 2023

관계는 흐르는 물처럼

애쓰지 말자

그리지우 그림


30대 초반에 있었던 일이니 꽤 지난 얘기다.

친구는 타지방으로 시집갔고 거리가 멀어서 자주 볼 수도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친정에 왔다며 보자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나갔는데 아이가 운다는 전화를 받더니 그대로 가버렸다. 친구가 떠난 뒤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나는 혼자 남아 2인분의 식사를 했다.


내 경우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친구들의 결혼식을 바쁘게 쫓아다녔다. 얼마 뒤 친구들은 하나 둘 아기 엄마가 되었고 프로필 사진이 아기 사진으로 바뀔 때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모가 되어 나오기 힘든 친구들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 선물을 전달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약속이나 한 듯 돌잔치 이후 소원해졌고 간간이 소식만 주고받다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친구는 아이 키우는 아파트 엄마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했었다.

내 인생의 반을 함께 보낸 어릴 적 친구는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갔다. 

올케는 매해 여름 남편(내 남동생)의 동창 모임에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간다.

그러고 보면 여자의 삶은 결혼 전과 후가 많이 다른 것 같다. 


결혼하지 않은 나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친구들은 1 막을 정리하고 2 막을 살고 있다. 과거 우리는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인생 고민까지 나눌 얘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잘 지내고 있겠지 생각만 할 뿐 자주 연락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관계를 맺고 산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형제자매, 학교에 들어가서는 친구와,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 동료와 크고 작은 관계를 맺고 산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주변을 봐도 곁에 보살필 대상이 늘어나면서 에너지를 골고루 쏟기가 힘들다. 마흔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다. 가끔 친구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런 마음이 흘러가도록 그냥 둔다. 각자 열심히 살다가 서로의 얘기를 담을 공간이 있을 때 만나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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