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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Oct 17. 2023

세월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은 게 거짓말 조금 보태 엊그제 같은데 40대를 위한 책을 집어 들다니 세월의 무상함이란...


내 사전에 40이라는 숫자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각 시기마다 저마다의 힘듦이 있다. 20대는 취업과 연애, 30대는 직장 생활. 쇼펜하우어 말대로 인생은 고통이라더니 행복한 순간은 찰나고 견뎌내야 하는 시간은 마치 영원 같다.


40대를 겨냥한 책은 그 수가 많기도 하지만 뚜렷한 특징이 있다. '마흔' 또는 '40'을 제목에 꼭 넣는 것이다. 타깃이 명확하다는 건 그만큼 이 시기에 책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려주는 게 아닐까. 

사람들은 책에서 어떤 답을 찾고 있을까?  


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의 평균 수명은 83.6세다. 인생의 반을 살아온 '40구간'을 가리켜 과도기, 중간 항로라고 부른다. 마흔. 도대체 뭐가 다를까?


출처: unsplash


우선 역할이 많다.


20대에는 내 앞가림만 하면 됐었다. 부모는 아직 젊고, 건사할 가족은 없으니 내 일만 집중하면 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도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뎌야 하는 시기로 내 몫을 해내야 한다는 나름의 부담감이 있었다.


두 배의 나이가 된 40에 이르러서는 부모의 나이도 두 배가 되었다. 아이는 아직 초등학생이다. 위로 아래로 살펴야 하니 책임이 막중하다.

직장 내에서도 비슷하다. 위로는 상사를 아래로는 부하 직원을 관리해야 하는 차장급 중간 관리자는 눈치 보느라 바쁘다. 흔히 40대를 '끼인 세대'라고 하는데 정말 위아래로 끼어있다. 이로 인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기분을 수시로 느끼게 된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30대까지는 청년이다. 40부터는 중년이라고 부르는데 상당히 어색하다. 사회적 호칭은 어색해도 외모와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본인이 먼저 알아차린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시간이 무한할 것 같던 청년을 지나 마흔에 이르면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고개를 쳐든다. 시간은 없고 몸은 따라주지 않으니 마음만 조급하다.

이때부터는 내가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해진다.

그동안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출처: unsplash


할 일은 많고 마음은 불안한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마흔 인 것이다.


어정쩡함!

내가 보는 마흔의 특징은 어정쩡함에 있다.

쨍한 한 낮도 아니고, 여름은 지났지만 본격적인 가을로는 접어들지 않은.

어느 쪽에도 속하기 어려운 애매한 포지션과 오후 3시처럼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어정쩡한 느낌이 사람을 방황하게 만든다. 


중간쯤 왔으니 뒤가 돌아다 보이고 앞이 고민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마흔은 이 모든 걸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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