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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May 08. 2023

저는 0000인데 MBTI가 뭐예요?

나도 나를 다 모르는데 님을 어떻게 알겠어요

"저는 MBTI가 0000이에요"

"인프피는 이러저러하고, 엔티제는 이러저러하고"

"너는 E 지? 내 그럴 줄 알았어"


MBTI가 알려진 건 대략 2020년으로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이와 관련한 콘텐츠도 손쉽게 볼 수 있다.

MBTI는 심리학자 칼 융의 심리유형론을 기반으로 미국의 마이어스, 브릭스라고 하는 두 모녀가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지표이다. 두 사람은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라 소설가로 1944년에 이것을 고안해 냈다고 한다.


이미 78년이나 된 검사지표가 왜 갑자기 유행이 된 걸까?

이에 대해 전문가는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면서 시작이 된 걸로 해석했으며 또 다른 의견으로는 요즘 사람들이 자아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멀티 페르소나, 아바타, 부캐'처럼 MBTI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다. 우리 뇌에는 '자기 센터'라는 곳이 있어서 '자기'와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 뇌의 특정부위가 활성화되고 훨씬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이것과 관련해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 사람들은 남에게 큰 관심이 없다.

다양한 성향검사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본인의 유형을 과도하게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기억해야 할 점은 그것이 좋다 나쁘다와는 관계가 없는 단지 하나의 유형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점과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땐 '자기'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2.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는 착각

알파벳 글자로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분명 모든 사람이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알파벳 글자로 표현하기에 나는 숨겨진 매력이 많고 단순하지 않다. 그런데 왜 타인은 이것으로 판단할까?

<프레임>의 저자 최인철 교수는 이런 착각이 '자기 중심성'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내 입장에서 타인은 짧은 시간에도 파악 가능한 '단순한 존재'이지만 나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도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볼 것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 것이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나도 나를 다 모르는데 님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MBTI는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지표'라고 했다. 이런 검사는 의도적으로 스스로 부정적으로 느끼는 부분에 대해 실제와 다르게 응답하거나, 의도적이진 않더라도 스스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거나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으로 응답을 하는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실화탐사대>라는 TV 프로그램에서 MBTI를 다룬 적이 있는데 아나운서 두 사람에게 정식 MBTI 검사를 실시했더니 두 사람 모두 INFJ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 후 '회사에서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라는 추가적인 단서를 제시한 뒤 재검사를 진행. 각각 INTJ와 ESFJ가 나와 "월급이 내향형(I)을 외향형(E)으로 바꾸었다"다며 웃픈 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보면 알듯이 MBTI 결과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응답에 영향이 갈 수 있는 만큼 개인의 성격을 단정 지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최근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응시자의 MBTI를 묻고 상사의 MBTI를 공개하며 궁합이 맞을지에 대해 미리 언급을 한다고 하니 지나친 느낌이 든다.

MBTI 전문가는 다양성을 인정하자라는 측면이 MBTI의 기본적인 베이스인데 어느 유형을 배제하겠다로 가고 있어서 우려가 된다고 했다.



MBTI 검사 결과가 없다면 나란 사람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검사, 테스트 이런 결과가 없다면 나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이력서를 작성할 때 꼭 첨부하는 게 있다. 바로 '자기소개서'

나는 늘 이 '자기소개서' 작성이 어려웠다.

지원하는 회사의 입맛에 맞게 적절히 나를 보여 주어야 하는데 평소 나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우리는 얼마만큼 자신에 대해 알고 있을까?

MBTI나 혈액형이니 이런 데 열광하는 건 자신을 잘 모른다는 걸 반증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도 타인도 진지하게 알아볼 여유는 없고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결론 낸다.


나는 어디에서도 내 MBTI를 말한 적이 없다. SNS에서 누군가가 'J'맞죠? 물어보길래 "티가 났나요?" 정도로 대답한 적은 있어도(웃음). MBTI를 재미로 봐야지 사람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면 안 된다. 성향을 어느 정도는 맞출 수 있겠지만 사람은 다양한 면이 있어서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남을 속단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시간은 꼭 필요하다. MBTI가 나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견도 있으니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 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의미를 추구하는지 등등은 시간을 들여 꼭 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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