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무엇이 되고 싶어?"
"장래희망은 뭐야?"
나 때는...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는 초등학생인 조카에게 이렇게 묻지 않는다.
"채원이는 요즘 뭐가 재밌어?"
그럼 내 조카는 너무 많다며 눈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었다.
그저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 미술을 배우고 싶다고 딱 한 번 얘기를 꺼냈던 것 같은데 돈 들고, 돈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기를 써서 졸랐다면 부모님이 들어주셨을지 모르지만
그냥 안 되나 보다 하고 단념한 걸 보면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닌가 보다.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환경에서 자라서였을까. 퇴사 후 나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는 미약하게나마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제 발로 나오고 나니 존재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직장 내 직함은 그냥 꼬리표일 뿐이었는데 나는 지금까지 '직'에 의미를 뒀었나 보다.
책 <럭키 드러우>에서 직업은 '직'과 '업' 두 글자가 합쳐진 단어이며, '직'은 'job', '업'은 'mission'으로 설명했다. 직함에 의미를 뒀던 나는 내 가능성도 제한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의 나는 '나 외에는 아무것도 될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한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없고, 꼭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퇴사 후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를 보며 우리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뭐 될래?"
"마흔이 넘었는데 되긴 뭐가 돼. 그냥 나로 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