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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Jun 08. 2023

그때 결정 참 잘했지

영양제 하나를 산다고 하자. 

상품 설명을 확인하고 타사 제품과도 비교한다. 각각의 상품 리뷰까지 정독해야 겨우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결정장애'. 과거에 없던 단어다. 우리 앞에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지면서 이도 저도 결정하지 못하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혹여나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하게 될까봐 결정하기가 힘들다. 


우리는 결정에 앞서 득과 실을 따져보는 습관이 있다.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나름 옳다고 생각되는 쪽을 따른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합리적인 결정이라도 허점은 늘 있기 마련이다

첫째, 우리는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보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부정적인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래서 결정할 때 '해야 할 이유'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더 잘 찾는다.

둘째,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항만을 놓고 평가한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 변화를 거부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변화를 선택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한다.




직업에 있어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와 '저지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어느 쪽이 그나마 덜 아플까?

70세 이상의 노인 1000명을 인터뷰하고 정리한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서 인생의 현자라 칭한 노인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라고 말한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짧다고 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때론 득실이 아닌 마음의 소리를 따라야 할 때도 있다.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미래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후회는 적을 것이다. 이때 주의할 건 현실 도피, 도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망쳐 놓고 선택했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얼마 전 우연히 한 칼럼을 읽었다. 영화 <라푼젤>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읽고 나니 궁금해서 영화를 찾아보게 됐다.

주인공 라푼젤은 어릴 적 마녀에 의해 납치되어 탑에 갇혔다. 탑 안에서의 생활은 부족함이 없지만 매일 청소하고 벽화를 그리고 머리를 빗는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이다. 해마다 생일날이면 창문 밖으로 둥둥 떠다니는 밝은 등을 볼 수 있었는데 라푼젤은 탑을 벗어나 직접 볼 꿈을 가지게 된다.

애니메이션 <라푼젤>

 

직장인이었던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겠다 선언하고 나와서인지 라푼젤의 스토리에 감정이 이입됐다.

탑은 회사다.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고 월급이 있어 조금 부족해도 사는데 문제없다.

라푼젤이 매일 하는 일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해야 할 일도 정해져 있다.

라푼젤은 탑을 벗어나 등을 보겠다는 꿈이 있었다. 내 경우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퇴사를 꿈꿨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저마다 어려운 상황이 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하고 도전 과정은 험난하다. 그러나 용기와 지혜로 꿈을 이룬다.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현실의 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아니다. 정해진 해피엔딩이 아니라 열린 결말이다.

정해져 있지 않으니 스릴 가득하다.

지긋한 나이가 되어 오늘을 떠올릴 때 '그때 결정 잘했지'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해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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