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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Jul 08. 2023

정어리로 살고 싶지 않다

이틀 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에서 새로운 소셜미디어(SNS) '스레드(Threads)'를 출시했다.


SNS는 먼 별나라 얘기처럼 관심도 없던 내가 그 필요성을 느끼고 올해 초 발을 들였는데 반년도 되지 않아 새로운 SNS에 또 탑승했다. 가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훨씬 컸지만 잠자코 있기에도 찜찜했다.


가입을 하고 들어간 순간 정어리떼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군중 속에 섞여있는 내가 한 마리 정어리 같달까...



요즘 말로 며칠간 뚝딱거렸다. '이거다' 싶어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내내 신경이 쓰였다. 글을 써서 올려놓고는 몇 시간 뒤 삭제했다. 게시물을 올렸다가 내리고, 댓글을 썼다가 지우고. 혼자서 안절부절못했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어릴 적 읽었던 <데미안> 책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순응하는 삶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걸까. 내 안에 꿈틀거리는 것이 있고 부수고 나가고 싶은데 철옹성 같은 단단함에 부딪히고 만다.  


나하나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노동 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해 온라인 플랫폼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SNS를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게 아닐까라는 심리가 있다. SNS를 통해 얻는 장점이 분명 있다. 정보를 얻고 기회를 만들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


반면에 힐끔힐끔 남을 곁눈질하게 된다. 때로는 의기소침해지고 때로는 조급한 마음에 중요한 걸 놓칠 때가 있다.

바로 '나다움!'

내가 게시물을 올렸다 삭제한 건 타인을 의식해서 나다움을 잊었기 때문이었다.


무리에 뒤섞여 휩쓸리지 않으려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기준점은 '나'다.

이제 그만 뚝딱거리고 내 안을 들여다봐야겠다.


이쯤 되면 제목을 '회사 밖 인간의 고군분투기'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10회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무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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