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연애, 문어발 경영, 문어발 콘센트...
단어 앞에 '문어발'이 붙으면 어감이 좋지 않다.
문어발은 '여기저기 걸쳐 놓고 이도 저도 아닌' 이런 의미가 있는 듯하다.
요행을 바라는 문어 @그리지우
나는 왜 문어발식 시도를 하게 되었나
가장 큰 이유는 조급함이다.
부자가 되면 가장 좋은 게 뭘까?
주머니가 두둑하니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아닐까.
퇴사 후 많은 시도를 했다.
'도전'이 아니라 '시도'라고 말한 이유는 감당 가능한 일들만 벌였기 때문이다.
내 시도는 실패해도 드러나는 금전적 손실은 없지만 성과가 없을 땐 시간적 손실과 함께 매몰비용이 따라왔다. 그 시간에 노동을 했다면 주머니는 채울 수 있었을 테다.
주머니가 꽉 채워져 있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확실한 일이 나을지 모른다.
매월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은 심리치료까지 되니까 말이다.
월급을 받을 땐 나는 지조(?)가 있었다. 곁눈 주지 않고 회사만 바라봤다.
퇴사 후 나는 여기저기를 찔러보고 다녔다.
'이게 나랑 맞을까?' 아님 '저게 나랑 맞을까?'
'이게 좋을까?' 아님 '저게 좋을까?'
문어발 연애하듯 이쪽에 애정을 잠시 쏟았다가 이내 저쪽으로 관심을 옮겨갔다.
뭐 하나 진득하게 붙잡고 있으려면 돈도 시간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문어발식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들 회사 다닐 때 뭔가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고 퇴사하라고 말하나 보다.
문어발도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을까?
파이프라인은 석유나 천연가스 등을 수송하기 위해 매설한 관로를 말한다. 요즘은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여러 경로를 의미하기도 한다.
N잡이라는 용어가 생겨나면서 파이프라인을 몇 개까지 늘렸다며 자랑하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파이프라인은 절대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시간차가 있다.
하나를 건들다 말고 일을 벌이면 문어발이다.
일단락하고 다음 단계로 건너가면 파이프라인 건설이다.
끝내지 못한 일들은 나를 늘 출발한 위치로 도로 돌려보냈다.
나는 그 일들 사이에서 맴돌다가 지쳐갔다.
매번 우선 순위를 매길 때 '뭐가 가장 먼저 내게 돈을 가져다줄까'로 판단했다.
돈을 좇지 말라는 말의 의미
돈을 좇게 되면 진득하게 무언가를 할 수가 없다.
어떤 일이든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데 돈이 안 되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 결과 문어발 시도만 하다가 끝이 나버린다.
꾸준히 하려면 일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꾸준히 할 것! 퇴사 후 많은 시도 끝에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