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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Aug 05. 2023

마흔의 친구, 책

“다들 여기 앉아 계셨네"

"tv도 온종일 보니 재미없고 하루가 지겨워"

"우리 손녀가 말이야..."

"우리 아들이 말이야..."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누시는 얘기가 들렸다.

문득 저분들의 나이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다.




책과 친구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유일하게 중도에 그만두지 않은 게 '독서'다.

어릴 땐 동화를, 청소년기에는 소설을, 성인이 되어서는 심리학과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스토리에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고 답답한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답을 찾기도 했다.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빨리 읽어 보고 싶은 생각에 가슴이 설렜고

글자에 눈을 맞추며 읽어내려가는 시간은 충만함으로 가득했으며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하는 날에는 겉표지만 만지작거리며 애달파했다.


각 시기마다 시간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 연인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지만 책은 여전히 내 곁에서 나와 대화를 나눈다.




독서는 사치다


느긋하게 책을 읽는 행위는 밥벌이 걱정 없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부자들에게나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


부자가 되면 좋은 점이 많겠지만 그중 최고는 '시간의 자유'가 아닐까 싶다. 내 노동과 맞바꾸지 않아도 되는 시간. 내 뜻대로 쓸 수 있는 시간. 이 시간 동안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사실 책을 좋아하지만 읽고 나서 정리해 보라고 하면 기억나는 게 별로 없고, 책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은 더군다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간 대비 성과로 따지자면 비효율적이다.

차라리 이 시간에 무언가를 배우거나 돈을 버는 게 훨씬 이득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대도 독서를 멈추고 싶지 않다. 긴 시간 함께한 친구고 내가 부리는 유일한 사치이기 때문이다.


 



"책보면 안 지루한데..."

"너도 나이 들어봐라. 눈도 어두운데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지"

엄마가 속 모르는 소리 한다며 답답해하셨다.


젊을 땐 20~30년 후를 상상하기 힘들다.

내가 벌써 마흔 줄에 있으리라고 20대 때 상상하지 못한 것처럼 70이 되고 80이 된 나를 상상하기란 마찬가지로 쉽지 않다.


장담하기 어렵지만 백발의 노인이 되었을 때도 나는 책을 읽을 것 같다.

지금보다 여유롭게 책을 읽고 휘발되는 내용을 붙잡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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