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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다고 느껴진다면.

22.

by 긋다

부서 재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

한 부서의 1년 치 예산을 계획하고

관련된 서류를 취합받아 제출하고,

지출 업무를 담당하였다.


다른 직원들이 제출한 지출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해서

잘못된 부분을 발견해 내고,

수시로 숫자를 맞추는 일은

나와 그다지 잘 맞지 않았다.


보통 다른 이들은 50의 에너지로

이 일을 해낼 수 있었다면,

나는 100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남들보다 2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만

남들만큼 할 수 있었다.


쉽게 피곤해졌고,

나는 매일 사소한 실수에도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이런 걸 왜 틀리는 거야..?'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못하면 바보 아니야..?'


시간을 무기 삼아 꾸역꾸역 버티다가,

인사 발령으로 업무가 바뀌게 되었다.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였다.

나는 이내 적응했고,

비교적 쉽게 일하였다.


매달 새로운 주제로

강연을 기획하는 일은 재미있었고,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다.

내부 만족도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나는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이곳에서는 더 이상

바보 같다고 느끼지 않았다.


단지 더 이상 남의 자료를

샅샅이 검토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고,

숫자를 덜 보게 됐을 뿐인데,

예전보다 훨씬 더 인정을 받았고,

그런 내 모습에 뿌듯함도 느꼈다.


해야 할 일이 달라졌을 뿐인데,

나는 전혀 한심하지도,

바보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무능한 사람은 없다.


물고기더러 나무를 타라고 하면

물고기는 결국 죽어버린다.


문제는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이고, 환경이다.


나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모질게 괴롭히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빛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내야 한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알랭드 보통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실패했다고 느끼는 순간의 대부분은,

사실 잘못된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능하다고 자신을 의심하기보다는,

환경을 탐색해 보자.


그 과정이 '성장'이고,

찾아낸 그곳에 진짜 '나의 무대'가 있다.

dfdfddfd.png 긋다(@geut_ta)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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