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그 말이 나를 삼켰다'

세 번째 시

by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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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믿지 않으려고 애써도 결국 미소 짓던 오늘의 꽃은 내일이면 지고, 아름다움도 항상 적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게 삶의 이론이라면 이론일까요. 꽃이 피어 있던 세상과 꽃이 지고 있는 세상과 꽃이 결국 사라지고 난 후의 세상은 하나도 같지 않아요. ‘우리가 바로 세상’, 우리 하나가 세상 전부이기 때문에 하나가 지면 모든 것은 달라집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강요된 위로에 맞서 붓을 단단히 쥐고 짙은 글씨로 ‘졌다, 잃었다, 슬프다’ 적어서 남겨야지 하고 마음을 먹습니다. 모든 것이 변했다고 기록하는 것이 ‘세상’이었던 존재를 기억하는 가장 굳센 방법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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