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시
화자의 고백을 백 킬로미터쯤 떨어져 곁눈질로 슬쩍 봅니다. 남의 사생활인데 싶기도 하고, 나의 생활에 존재하지 않는 온도와 색깔의 표현이라 한 발 거리를 두게 되네요. 화자는 ‘당신이 좋아서’ 다가가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저는 화자가 뜨거워서 다가가기가 어려워요. 화자의 뜨거움에 제 모습이 비치네요. 뜨거운 사람 곁에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지고 싶어 하는 성향. 겁일까요, 벽일까요.
뜨거운 마음을 뜨거운 글로 쓰다 못해 쏟기까지 하는 화자의 ‘당신’에게 다가가지 않겠다는 선언은 언뜻 소심한 망설임 같지만 사실 대단한 자신감처럼 느껴집니다. 저렇게 분명한 말로 당신이 좋다고 표현했으면 지금 당장 다가가고 싶지 않다고 해도 오해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저렇게 분명하게 선언했으면 계절 하나둘 정도 지난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당신이 좋다고, 다른 계절에 오겠다고 알아듣기 쉽고 확실하게 표현을 했으니까요. ‘이건 사랑이네, 배려네’ 속으로 끄덕거렸어요. 저는 ‘배려’를 ‘아무리 오해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난리를 부려도 너무나 확실하고 또렷해서 도저히 무엇과도 헷갈릴 수가 없도록 표현하는 분명함’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래서 사랑도, 배려도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구나 싶어요. 그러니 능숙한 사람보다 서툰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구나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