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삼, '전투기'

여섯 번째 시

by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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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연은 전투기가 자꾸만 불어나는 이유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입니다. 단순히 ‘이유’만 궁금한 게 아니군요.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가 알고 싶다면 ‘의도’가 궁금한 게 아닌가 사연 보내신 분의 ‘의도’를 마음대로 추측해 봅니다. 자연에서 생기는 현상은 ‘의도’가 없지만, 인간이 만든 현상에는 ‘의도’가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항상 그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지요. 좋은 의도로 만든 것이 악용되는 경우도 있고요(연장이 무기가 되기도 하지요), 좋은 의도를 ‘가장해서’ 만든 것이 아니나 다를까 인간을 해하기도 하지요. 전투기는 후자에 해당하겠지요. 무슨 까닭인지 그 ‘누구’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지구의 평화’라고 대답하지 않을까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전투기를 더 만들고 신무기까지 개발한다고 말하겠죠. 그 대답에 갸우뚱하겠지만, 명확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애초에 생명체를 해치기 위한 기능과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물건이 '무기'라는 것이죠. 무기가 ‘우리’ 앞을 지킨다면 건너편에는 그 무기에 상처 입고 목숨 잃는 ‘그들’이 있다는 것이죠. 그것을 평화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요. 오늘 사연에 나름대로 답을 하자면 ‘인간의 깊은 본성’에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간이 멸종해야 지구에 평화가 오는 건 아닌가 하는 슬픈 생각으로 오늘의 사연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라디오를 귀에 붙이고 살던 아름다운 시절이 문득 그립던 오늘, 오늘의 시가 마치 라디오에 보낸 사연처럼 느껴져서 (저 혼자만 아는 비밀 꿈인) 라디오 디제이가 한 번 되어 보았습니다. 단상을 쓸 때마다 '나는 언제부터 이토록 비관적인 인간이 되었는가' 하고 꿈쩍꿈쩍 놀라곤 합니다. 오늘도 결국 '인간 멸종'까지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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