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낙타'

여덟 번째 시

by 김혜민

단봉낙타를 코 앞에서 본 적이 있어요. 키도 크고 발도 크고 입도 큰데 친절하기까지 해서 차 지붕에 붙어 있는 나뭇잎을 몸소 떼어 주더라고요. (먹으려던 건가) 저 정도 틀('와꾸'의 순화)을 가진 동물이니 험난하고 고달픈 사막의 환경에서 사람이 의지했겠구나 싶었어요.


내면에 낙타가 살고 있는 동시에 스스로 낙타이기도 합니다. 낙타 등에 올려 둔 버거운 짐은 결국 내가 지는 짐이기도 하지요. 올라탈 등짝이 없으니 결국 내 발로 걸어서 모래밭을 건널 수밖에요. 내려놓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짐짝이라면 그냥 지고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걷다 보면 지나가는 다른 낙타도 보이겠지요. 한두 마리가 아닐 거예요. 그리고 깨닫겠죠. 다들 짐을 지고 걷는구나. 슬프고 그리운 건 짐짝이지, 낙타는 슬프지 않아요. 누가 열받게 하면 침도 잘 뱉는대요. 낙타는 약하지 않아요. 낙타는 단단해요.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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