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시
재미있을 것 같아 소리 내어 읽어보니 숨이 깔딱 넘어가고 옮겨 적다 보니 손가락이 뻣뻣해 오는데 이 뻣뻣한 손의 느낌이 낯이 익어 뭐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학창 시절 틀린 문제를 연습장 앞뒤로 빽빽이 적어야 하는 숙제(일명 ‘빽빽이’)를 할 때가 문득 수십 년 만에 떠올랐지만 이내 손이 풀리고 현실로 돌아오자 논문 쓰는 버릇이 튀어나와 아하 이 무지막지한 ‘런온 센텐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토막 낼까 잠시 생각하던 중에 으잉 ‘런온 센텐스’를 한국어로는 뭐라고 하지 갑자기 궁금해서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 보았더니 '무종지문’이라는 난생처음 보는 단어가 나와서 대체 살아생전 모국어 단어의 몇 퍼센트나 배우고 세상을 떠날는지 끝도 없는 언어의 세계에 기가 죽다가 오기가 생기다가 아휴 그게 문제가 아니다 논문이나 쓰자 큰 숨을 내쉬며 키보드의 마침표를 툭 찍습니다.
일부러 틀린 맞춤법을 사용하여 ‘당신’에게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화자의 유연하고 넓은 마음에 비춰보니 이메일 한 통도 수없이 퇴고하여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저의 경직되고 좁은 마음을 반성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