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다, '너는 또 봄일까'

열한 번째 시

by 김혜민

스무 살 언저리에 노래방에서 한 번쯤 불러 봤을 법한 대중가요의 노래 가사 같아요. 그 시절에 이 구절을 읽었다면 ‘내 맘이군’ 했을 법한데, 이십오 년의 시간을 건너오면서 ‘남일이군’ 하며 멀찍이 보고 있네요. 가끔 짐정리를 하다 보면 한때는 잘도 입고 다녔는데 언제부턴가 상자 속에서 잊혀 있던 옷들을 발견하곤 해요. 어떤 계기인지 이유인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자연스러운 전환점이 있나 봐요. 감정도 그런가 싶어요. 한때는 활성 상태였으나 이제는 비활성 상태인 감정. 모르는 감정은 아니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감정. 더 이상 입지 않고 상자 속에 정리되어 있는 옷처럼요.


당근이 감상: “봄에는 친절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을이 되니까 엄청 부는 바람 같은 사람이 되어서 무서웠고 겨울이 되니까 엄청 차가운 사람이 되어서 무서워서 봄이 오면 다시 그 사람이 착해질까 하는 너무 예쁜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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