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훈, '뒷모습'

열네 번째 시

by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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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을 먹다가 가끔 셋이서 ‘문장 이어짓기’ 놀이를 해요. 입에서 입으로 단어가 하나둘 더해지면서 황당한 스토리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다가 대부분 당근이의 차례에서 급격한 결말을 맺지요. (보통 ‘맛있었다’, ‘다 먹었다’로 끝나곤 합니다) 시의 마지막 쉼표를 보니 저걸 이어서 마침표를 찍고 말리라는 요상스런 마음이 들길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봤어요. 미완성인 채로 내버려 두어도 되는데 참 피곤한 성격입니다. 시인이 열어 놓은 문을 굳이 닫겠다고... (다음 생은 이렇게 피곤한 성격으로 살지 않으리)


‘[이른 봄의 밤바람이 될 거면서,] 모든 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뒷모습만 허물처럼 남아 있을 거면서, 거울에 보이는 앞모습만 악착같이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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