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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Oct 10. 2019

[10호] 나루의 발견_달팽이부엌




달팽이부엌


달팽이 부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달팽이 부엌’은 정성이 듬뿍 담긴 집 밥을 만나볼 수 있는 식당이다. 부부가 함께 자양동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 동네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며 자랐기에 익숙한 이곳을 정착지로 선택했다. 사실 아직 학생인 아이들과 가까운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결정하기도 했고. 처음 식당 이름을 정할 때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모두에게 익숙한 이름을 생각하다 ‘달팽이’가 떠올랐는데, 몸에 좋지 않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슬로우 푸드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름 덕분인지 손님들이 음식이 천천히 나올 각오를 하고 들어오신다고 한다. (웃음)           


저희도 사실 처음에 식당에 들어오며 음식이 천천히 나오는 건가?’라고 생각했었다. (웃음두 분께서는 어떤 계기로 식당을 운영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달팽이 부엌’은 20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부부의 인생 2막이다. 예전부터 음식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좋아했다. 외식보다는 집 밥을 좋아했고, 직접 요리하는 것이 즐거웠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김장을 담그실 때 보조 업무를 자청 했던걸 보면 확실한 증거다. (웃음) 내가 만든 음식을 주변에서 맛있게 먹어주는 보람이 커 '빈 그릇을 사랑하는 남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당연하게 식당을 오픈하게 된 것 같다. 말끔히 비워진 식구들의 그릇을 보며 행복해하던 마음이 식당 운영을 하면서도 같아지더라. 주방에 빈 그릇이 들어오면 굉장히 기쁘고, 가끔 식사를 남기고 가는 손님이 계시면 혹시나 맛이 없었는지 재차 확인하게 된다.           


달팽이부엌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지

주로 근처를 오가는 동네 분들과 학부형들이 많이 오신다. 가게 인근에 남편과 아이가 졸업한 신자초등학교가 있는데, 우리처럼 동문들이 학부형이 되어 손님으로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다. 요즘 노키즈존이 많이 생겨 아이와 함께 외식하기가 힘든 편인데, 이곳에서는 마음 편히 식사가 가능하다며 단골이 되는 분들이 많다. 3일 연속으로 오신분도 계시고. 아직은 메뉴 개발 단계여서 가짓수가 다양하지 못한 편인데, 혹여나 음식이 질리면 나중에 찾지 않으실까봐 너무 자주오시지 말고 띄엄띄엄 오시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 적도 있다. (웃음)           


3일 연속이라니정말 멋지시다두 분 모두 동네 분들과 친하게 지내시는 것 같은데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 또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골목은 철물점, 알루미늄 샷시 상점들이 많아 도로에 갓길 주차된 차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가게가 생긴 후에는 식당 앞이라는 생각에 다들 많이 비켜주시더라. 덕분에 골목이 자연스럽게 훤해졌다. ‘달팽이 부엌’ 덕분에 동네가 밝아졌다며 주변 상인 분들이 오래 오래 장사해야 한다고 응원도 해주신다.     

기억에 남는 손님은 영업 초반, 돈가스를 드시고 인생 돈가스라며 칭찬해주신 분이다. 알고 보니 세계를 여행하며 맛집 탐방을 하는 분이였는데, 그 분께서 재방문 하시며 가족, 지인들과 함께 오신다. ‘달팽이 부엌’ 단골이신데, 항상 처음과 같이 맛있게 드시고 좋아해주셔서 매우 감사하다. 또 기억에 남는 손님은 단골 모녀가 있다. 아이가 편식하지 않고 밥을 잘 먹으면 그 때마다 젤리를 줬는데, 나중에는 ‘젤리식당’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부터는 식사를 마치면 쪼르르 와서 "사장님 밥 잘 먹었어요."하며 빤히 쳐다본다. (웃음) 그러면 젤리를 주고.     

두 사장님에게 광진구는 오랫동안 거주하며 아이를 키우고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터전인 것 같다두 분이 생각하는 광진구의 모습이 궁금하다

식당을 시작하고 나서 알게된 가장 놀라운 점이 있는데 바로 우리 식당 앞 ‘초콜릿 문방구’가 이 동네의 핫 플레이스라는 점이었다. 일종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인근 마트나 도배집, 철물점 등이 문방구를 중심으로 어울려 지낸다. 그러다보니 서로 참견도 많이 하게 되고. 처음엔 그 모습이 의아했는데, 어느새 참견에 함께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웃음) 물론 좋은 의미의 참견이다. 앞 가게 사장님께서 늦게 나오시면 '왜 늦게 나오시지?'하며 궁금해 하고, ‘점심은 드시고 일하시나?’라는 안부가 담긴 참견들이다. 요즘은 참견하는 재미로 산다. 이곳은 아직도 정이 살아있는 동네이자 골목인 것 같다.     

한편으로 광진구의 아쉬운 점도 있다. 예전에는 한강을 따라 버드나무가 많았는데, 공사를 하며 다 베어버려서 오래된 나무들이 없어졌다. 앞으로도 자양동 근방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고 하는데,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며 오래된 것들이 살아질까 염려가 된다. 부디 추억의 흔적들이 함께 공존하는 개발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엔 두 분에 대한 질문이다. ‘달팽이부엌을 시작하며 두 분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미리 날씨를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식당 위치상 찾아오기 어려운 점이 있어 날씨 영향을 많이 받더라. 아무래도 날이 흐리거나 너무 더우면 손님이 적다. 모쪼록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주셔서 날씨 걱정 하지 않는 식당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아이들과의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야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을 수시로 볼 수 있고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드디어 아빠 인생에 아이가 들어온 것 같다.     


아빠 인생에 아이가 들어왔다라는 말이 너무 멋지다앞으로 달팽이부엌이 어떠한 식당으로 자리 잡고 싶은지 궁금하다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자리 잡게 된다면 고정된 메뉴로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단위로 메뉴를 바꾸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편한 내 집처럼 오게 되는 식당이 되길 바란다. 집 밥 먹듯 올 수 있게 소스부터 직접 만드는 정성을 쏟고 있다. 자주오던 아이들이 커서 “아저씨 늘 먹던 것으로 주세요."라고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달팽이부엌’은 자양동 골목에 위치한 따스하고 아늑한 집 밥이 있는 식당이다.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을 담아 평범한 듯, 소소한 듯 익숙한 음식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다.   

· 주소 : 서울광진구자양번영로4길 19
· 홈페이지 : snailkitchen.blog.me
· Instagram : snailkitchen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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