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파벨 포리코브스키 / 장르 : 드라마)
영화 주인공 ‘이다’는 수녀 서원을 앞두고 있다. 천애고아이기도 한 ‘이다’는 원장 수녀님에게 이모의 존재에 대해 듣게 되었고, 이모를 직접 만나러 가며 영화는 시작된다. 평범해 보이는 영화 전개와 달리 영화 이미지는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데, 주인공 ‘이다’를 담아내기보다 주변 풍경을 중점으로 담아내는 카메라 때문이다. ‘이다’의 모습을 아래쪽에 작게 나오게 하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채우는 이질적인 프레임. 헤드 룸이 많은 영화 장면이 관객들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천애고아인 ‘이다’는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수녀원으로 거처를 옮긴 후 바깥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킨 채 살아왔다. 그런 ‘이다’에게 수녀원 밖 세상에 있는 혈육과의 만남은 굉장히 특별하고 낯선 경험이었을 것이다. 관객이 보는 이미지의 낯섦과 영화 내적으로 ‘이다’가 느끼는 낯선 감정으로 영화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글 서두에서부터 영화의 여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화의 여백이 미완성된 ‘이다’의 자아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이다’는 수녀원 밖 세상에서 출생에 대한 비밀, 타인에 대해 느끼는 감정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수녀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인데, 제한된 경험과 상상으로 인해 중요한 결정을 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이다’는 바깥세상의 경험으로부터 혼란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수녀원 밖에서 마주하는 모든 낯선 경험들은 ‘이다’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었고, 영화에서 낯섦은 성숙과 성장으로 치환된다.
폴란드 영화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폴란드 영화는 세계 영화사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곤 했다. <이다>의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는 국내에서 <콜드 워>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콜드 워>의 전작인 <이다>는 <콜드 워>와 비슷한 공산 정부 시절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로드무비이다. 영화를 풍성하게 해주는 재즈 음악과 바로크 음악의 정수인 바흐의 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 <이다>.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폴란드 영화지만 낯섦을 통해 성장하는 ‘이다’가 영화 끝에 어떻게 자신의 여백을 지워낼지 함께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글 KU시네마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