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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Aug 06. 2020

[16호] 동네친구를 만나는 방법


Life | 동네친구를 만나는 방법

강덕형 


송파에서 초중고를 나와 신천을 중심지로 활동하던 내가 건대라는 동네에 처음 방문한건 17년 전 나에게 2,500원짜리 삼겹살이 있다며 건대입구를 소개해준 친구 때문이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북적이던 사람들로 기억되던 그곳은 2,500원짜리 삼겹살이 싫증이 날 때 쯤 한동안 발길이 멈추었다.    


아버지의 퇴직 후, 갑작스런 목욕탕 인수로 의도치 않게 광진구 주민이 되었다. 직업란이 목욕탕 집 아들로 바뀐 나는 어쩌면 주변에 보기 힘든 유니크한 일을 하는 동시에 하향산업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일을 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게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는 일을 맡게 되니 모든 것이 막막했지만 주변에 물어가며, 그리고 흔히 말하는 뒤통수도 맞아가며 일을 배웠다. 시작한 일이니 카운터부터 ‘차근차근 배워보자!’하며 하루 15시간씩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때는 답답해서 노트북 책상을 구입하고 일을 꾸며 나가기도 했다.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동네에 있는 손님들과 인사하게 되었고, 그렇게 동네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동네에는 어떤 청 년들이 있는지 궁금해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생겨 구청에 방문해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광진러들’이라는 광진구 청년 모임을 알게 되어 모임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모이진 않았지만 일종의 느슨한 연대였고, 동네에서 무언가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그렇게 나는 ‘광진러들’을 통해 동네를 인터뷰하는 동네 잡지 <ㄱㅈㄱ>(광진구의 자음을 따옴)를 함께 만드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저마다 각자의 동네 속 가게 이야기를 실었고, 나는 자연스레 목욕탕의 이야기를 담았다.     


목욕탕에서 함께 일을 하는 동료와 파트너들은 주로 연세가 지극한 어르신들이었다. 스타트업 혹은 비슷한 연령대와 일하던 이전의 조직과는 일하는 방식부터 분위기까지 달랐다. ‘목욕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에 나는 비슷한 또래의 청년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카운터 업무에 자리가 생겨 채용공고를 올리게 되었는데, 주 업무는 ‘커뮤니티 매니저’였다.‘목욕탕이라는 동네 커뮤니티 공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나의 가치에 공감해준 문화 기획자가 나타나 함께 일하게 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통해  동네 주민들과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동네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목욕탕 배 신춘문예’, ‘목욕런’, ‘실버영화관’, ‘티타임’, ‘콜라보 프로젝트’ 등등. 한계도 있었다. 많은 에너지와 힘을 들였지만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목욕탕 운영이 안정화 될 때쯤 스스로 정체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에 대한 욕구와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두고 멀리서 찾을 순 없었다. 동네 가까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만 했다. 마침 동네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거 공간과 월세 부담, 자주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 등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청년의 주거공간과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목욕탕을 운영하며 관심을 가지게 된 공간과 커뮤니티, 청년 주거의 관심사가 합쳐져 자연스레 나는 쉐어하우스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같이 준비하던 친구가 근방에 사는 동네 친구이기도 했고, 쉐어하우스에 사는 친구들이 동네 친구 같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름을 ‘동네친구’로 지었다. 현재 ‘동네친구’는 15호 지점과 80여명의 입주자가 사는 청년 주거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앞으로 나는 ‘동네친구’ 안에서 청년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는 경험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커뮤니티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으며, 화양동을 기점으로 타 동네까지 쉐어하우스를 확장해 ‘타운형 커뮤니티 쉐어하우스’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초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 ‘홈워크’를 화양동에 오픈했고 ‘동네친구’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청년 문제를 풀고 있지만 추후엔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시선에서 양육 문제 및 시니어 세대의 노년 문제를 동네친구로 풀어보고 싶다. 모쪼록 우리들에게 만나면 즐겁고 힘이 되는 동네 친구가 곳곳에 있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일들이 많지만, 동네친구가 점점 더 많아진다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살기 좋은 동네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커뮤니티를 통한 힘을 나는 믿는다.



강덕형

광진구에 이사 온지 5년차. 동네에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공간과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건강사우나, 비취보석사우나, 동네친구 쉐어하우스, 홈워크 공간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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