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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Oct 13. 2020

[18호] 2020, Made in 광진청년


2020, Made in 광진청년

지혜민 ㅣ  무중력지대 광진구 청년센터장


2018년 4월, 무중력지대 광진구 청년센터가 생겼다. 광진청년네트워크 ‘광진러들’ 이름으로 축사를 했다.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가득하고, 지치면 푹 쉬어도 되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에너지 넘치고 빠른 청년도 있지만 쑥스럽고 느린 청년도 함께 하는 공간이 되기를.... 개관을 축하드립니다!”     


2년 후, 드디어 광진구에서 켜켜이 쌓아올린 청년의 목소리가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빠르거나 느린, 앞이나 양옆으로 가는, 뒤돌거나 멈춘 이들도 함께 청년 공간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지역 청년들이 운영을 맡게 된 것이다.      


청년문제는 낮은 고용률, 높은 실업률, 일자리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전반으로 퍼져간다.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들에게 취업의지와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들을 펼쳤다. 그러나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2015년 서울청년의회가 생겼고 2020 서울형 청년 보장 정책이 수립되었다. 청년들은 일자리 외에도 살자리, 설자리, 놀자리 전반적인 지원체계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2019년에는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입안하고 진행할 수 있는 서울시장 직속 청년청 기구가 신설되었다. 청년 공간 무중력지대, 청년수당, 청년월세지원 등 기존과 다른 해결 방식의 정책이 만들어졌다. 청년들은 이 정책을 통해 소속감과 지지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물론 이 정책에도 사각지대와 맹점이 존재한다. 정부의 정책이 청년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기에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줄을 세운다. 내가 내 친구보다 더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올해,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획기적인 방법의 청년 지원 사업이 있었다. 바로 “갑자기 통장에 떡볶이가 입금됐다!” 코로나19로 월세를 못 내 보증금이 깎이고 있다는 친구의 얘기로부터 시작됐다. 청년들은 긴급 후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누구든 청년활동가를 돕고 싶은 만큼 후원하고 모인 돈은 신청한 모든 사람들에게 떡볶이를 사 먹을 수 있게 공평하게 나눠준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소소한 행위만으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는 이 프로젝트는 2주간 모인 돈으로 151명의 청년활동가를 지원했다. 돈을 기부한 이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힘든 시기에 떡볶이에 마음을 담아 청년을 응원했다.      


청년 개개인의 이야기에 비롯된 정책과 지원프로그램은 효용성과 질이 높아진다. 상황을 보고 겪은 이들만이 아는 문제. 그 당사자기 때문에 새로운 해결책이 가능했던 것이다. 거기에 정부, 정책, 시민 등 지원군이 더해지며 현실이 된다.      


군자동, 자양동, 중곡동, 구의동, 능동에서 태어나 광진구에서 학교, 직장을 다닌 대한민국 어느 지역보다 잘 아는 곳이 광진구이고 아는 사람도 가장 많은 광진 청년들이 있다.     


2014년, 마을청년활동가 몇몇이 동네에서 청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로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하고 싶은 일들을 쏟아냈다. “어! 너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여 글쓰기, 여성주의 독서모임, 맥주 만들기 등 소모임을 시작했다. 옥상파티, 일 못 대회(일 못하는 사람들 대회), (고향 안 가는 청년들을 위한) 추석맞이 놀이대회, 4.16 릴레이 글쓰기(세월호 기억하기)... 더 많은 청년들과 하고 싶은 것들을 나누고 함께 했다. 이때, ‘광진러들’이라는 느슨한 청년 네트워크 조직이 만들어졌다.

     

‘광진러들’은 2017년 동부여성발전센터 1층에 청년 공간이 작게 생기면서 10개월 정도 운영을 했다. 청년들이 보면 좋은 자료들과 쉴 수 있는 쿠션을 배치하고 영화보기, 청년 축제 등 청년에게 활력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일들을 벌였다. 공간에 찾아오는 청년들과 편한 관계를 맺기 위해 오지라퍼(공간지킴이)를 일정시간 배치하기도 했다. 2018, 2019년에도 소셜 다이닝, 동네 친구 만들기, 텃밭소모임, 진구네 불만 파티, 광진구 청년 기본조례 가안을 구의회에 제안하는 등 다양한 청년활동을 진행해 왔다.

      

광진러들을 거쳐 간 청년들은 꽤 많았다. 특히 지치고 힘든 순간에도 다른 청년들과 함께 하는 이 활동을 놓지 못 한 이들이 있다. 왜 그토록 이 일에 열심이었을까? 광진구엔 분명 청년이 있다. 청년공간과 청년정책과 청년 일자리에 청년의 목소리가 담기길 바랐다. 청년 일부분이 아니라 청년 누구나 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랐다.

       

2020년, Made in 광진청년      


이 네임택은 앞으로 청년을 옥죄는 무한 경쟁시스템을 균열 내며 광진구의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고 청년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의미로 읽힐 것이다. 이 네임택이 광진구 곳곳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혜민
스무살부터 15년 가까이 광진구에 존재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함께시작에서 청소년과 청년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무중력지대 광진구 청년센터에 센터장을 맡고 있다. 청년기본법과 광진구 조례 나이로는 청년에서 제외되었지만 광진구 청년 정책에 관심이 많다. 늘 한 발짝씩 느린 편이다. 느려도 괜찮다는 주변에 응원을 먹고 산다. 다른 느린 청(소)년과 소외된 이들에 마음이 쓰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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