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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Aug 10. 2018

[1호] 나루생활사_어쩌다 식구가 되는..

#진구네식탁 #공유부엌 소셜다이닝


어쩌다 ‘식구’가 되는 광진구 청년들의 아지트, 진구네 식탁 이야기
- 이지수(공유부엌 ‘진구네식탁’ 대표) -
‘나루 생활사’는 광진구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활동가, 예술가, 기획자, 소상공인, 문화 사업체 분들이 광진구에서 활동하며 느낀 점이나 관심사 혹은 고민들에 대해 자유롭게 기고하는 코너입니다. 칼럼 게재나 이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emma@naruart.or.kr로 문의 주세요.
“모르는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게 어렵고 힘들 줄 알았는데
세상 사람들은 호의적이며, 나에게 적대심을 갖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였습니다”
- 밥상모임 참여자 후기에서 발췌 -



‘밥보다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 밥 먹으려고 산 식탁에서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듯, 밥 먹으며 어쩌다 만난 사람들이 식탁 그리고 동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즐거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진구네 식탁> 공유부엌은 2017년 12월 초, 문을 열었다.


스무 살부터 5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광진구에서 기숙사생, 학생, 자취생, 이방인, 이주민 그리고 1인 가구로 살아오며 내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식생활’ 관련 문제였다. 매 끼니를 제때 챙겨 먹을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혼자 밥 먹는 때가 많아지는 것부터 직접 요리를 해먹고 싶어도 주방이 없거나, 혼자 먹을 만큼의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매번 재료를 낭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런 점들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진구네 식탁>이 시작되었다.


“꿈이 밥 먹여 주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흔히들 요즘을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이런 표현을 보며 나는 혼자 사는 청년들에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꿈을 꾸는 것 이전에 ‘삼시 세끼를 제대로 챙겨먹는 것’ 자체가 꿈 같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품고 있는 이 꿈이 밥을 먹여주지 못하면 어쩌지’하며 걱정 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당장, 끼니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가 해결된 다음에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싶었다. (여유라는 것이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 그리고 같은 고민을 가진 내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이 ‘여유’를 만들어가고 싶어 시작한 것이 바로 광진구 내 1인(청년)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소셜 다이닝(혹은 밥상 모임)’ 활동이었다. 활동은 함께 장을 봐서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아울러 혼자서는 도전하기 어려웠던 유명 레시피를 따라 해보기도 하고, 전통 시장에서 과일이나 반찬을 저렴한 가격에 공동구매 하거나 새싹 채소를 직접 길러 먹어보는 경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활동 중 좋은 기회로 ‘광진구 주민 참여 지원 사업’과 ‘서울시 도시 재생 사업’에도 선정되어 재료비나 공간 대여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활동함에 있어 지원은 좋은 기회였지만, 지원이 끊기면 활동을 이어갈 수 없는 구조라면 향후에 문제가 될 것이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래서 모임 준비에 가장 많은 품이 들어가는 공간 대여에 대한 걱정도 줄이고, 더 많은 청년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개념의 <진구네 식탁> 공유 부엌을 만들게 되었다. 한 달에 3~4번 밥상 모임이 열리는 날을 제외하고는 주방이 필요한 모두에게 대관 해주는 아담하고 아늑한 옥탑방이다. 말 그대로 부엌을 공유하면서 모임에 필요한 자원도 얻고 동시에 더 많은 모임이 생겨나도록 하는 공간이다.


요즘엔 공유 부엌에서 서울시 청년수당¹ 참여자들과 함께 일상 생활에서의 관계 회복을 도와주는 소모임 프로젝트 ‘어슬렁 반상회’도 진행하고 있다. 광진구 ‘어슬렁 반상회’의 청년 반장으로 밥상 모임을 필요로 하는 청년들과 ‘수요힐링밥상’ 프로그램을 매주 수요일마다 함께 하고 있다.


작년 연말 광진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사업 간행물인 ‘문턱 없는 회의’ 인터뷰에서 ‘광진구의 지역문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있을 건 다 있는데, 여기에만 있는 것이 없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반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진구네 식탁>이 광진구에만 있는 지역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게끔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공유 부엌을 운영 한지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앞으로 <진구네 식탁>이 광진구 속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리고 싶다.



1)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만19세~29세 미취업 청년들의 구직 활동을 촉직하는 수당.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참여자를 대상으로 정서 상담, 일상생활 설계, 진로 모색, 직무역량강화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진구네 식탁’은 1인 가구의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고자 설립된 청년 소셜 벤처이다. 광진구 청년들을 위한 소셜 다이닝 모임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는 자양동의 한 옥탑방을 주방으로 리모델링하여 지역 청년과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부엌 및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있다.
※ 진구네 식탁 문의
 - 이메일 : jingustable@gmail.com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kwangjin_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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