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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ug 31. 2022

영화 이야기 <토이 스토리 1>

많은 장난감들이 등장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두 캐릭터의 버디 무비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우디와 버즈이지요. 우디와 버즈는 뚜렷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우디는 보안관입니다. 보안관은 경찰 제도가 자리 잡기 전에 자치를 하던 마을을 근거로 발생한 치안 제도이지요. 한 마디로 옛 것이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버즈는 우주 레인저입니다. 뭔가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치안의 목적에서는 같으나 그 활동 영역이 우주라는 점에서 버즈는 새로운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즉 둘의 차이점은 옛 것과 새로운 것이라는 데서 일단 발생합니다.


이 차이점은 둘이 스스로를 생각하는 주관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디는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즈는 자기가 우주 레인저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버즈는 장난감입니다. 그러니 우디가 자기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네 주제를 알라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죠. 버즈가 알고 있는 자기 자신, 즉 우주 레인저라는 것은 장난감이기 이전에 그 장난감이 가진 지향성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아이들은 버즈 라이트 이어를 살 때 플라스틱 가공품을 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주 레인저를 샀다고 생각하죠. 우디가 생각하는 자기 정체성이 객관이라면 버즈가 생각하는 자기 정체성은 주관입니다. 우디가 현실에 대해 말한다면 버즈는 상상에 대해 말해요. 


그러니까 <토이 스토리 1>은 이런 영화입니다. 객관에서 주관으로, 현실에서 상상으로 넘어가는 이야기. 축약하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사차 추격신에서 나는 기능이 없는 버즈는 스스로의 날개로 원하던 곳에 도착합니다. <슬램덩크>의 작가 다케우치 이노우에가 그린 또 하나의 명작 <리얼>에서 한 노인은 하반신 마비 환자에게 이렇게 말하죠. “하늘을 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야.” <토이 스토리 1>이 하는 말도 같은 말입니다.


하지만 날아오르는 버즈의 날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버즈의 대사입니다. “이건 그냥 멋지게 추락하는 것뿐이야.” 이 말은 처음 나는 걸 보여주겠다던 버즈에게 날린 우디의 비아냥이었습니다. 영화는 우디에 대한 버즈의 승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디와 버즈의 합심을 보여줍니다. 날지 못하는 장난감이 날기 위해서는 폭약이 필요한 것이지요.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상상은 추상에 불과하며, 상상이 만들어내는 것은 모든 법칙이 무시된 가공의 세계가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이라는 것. 버즈의 날개가 우디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펼쳐졌다는 것은 <토이 스토리 1>이 상상이란 현실의 외면이 아닌 현실의 반영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영화는 앤디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앤디는 장난감 하나하나에 역할을 만들어 주고 그 역할에 맞는 목소리로 연기를 합니다. 말하자면 장난감은 앤디에 의해 영혼을 부여받는 셈이지요. <토이 스토리 1>은 장난감에도 영혼이 있다는 비현실적 상상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것을요. 영혼이 들어간 사물은 더 이상 사물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것은 장난감 이야기처럼 보여도 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모든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플라스틱 날개로도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시절의 이야기지요. 



2022년 8월 7일부터 2022년 8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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