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바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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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수업에서 해방이 될 때면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를 가고는 했었다

숨막히는 듯하던 의과대학의 긴 터널속에서 유일하게 내게 쉼을 준 것은 아마도, 암실이었던 듯

사진을 찍는 것보다 암실에서 내 생각 속의 세상을 현상과 인화, 빛과 시간의 변화로 만들어가는 시간들이 행복했었다

암실속 어둠

그 속에 혼자 들어가 있을 때는 시간도 멈춘 듯

어느 때는 마치고 나오면 하루가, 반나절이, 수 시간이 훌쩍 지나기가 일쑤이고는 했었는데

암실속 어둠은 마치 바다와도 같이 그 공간이 내겐 한 없이 넓게 느껴지고는 했었다

졸업후 어찌 저찌하다보니 벌써 3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대학시절 꿈꾸었던 것들도 현실속에서 내일로, 내일로 미루기만 하다보니 결국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며, 어느새 몸이 주인의 뜻과 달리 가려하는 나이가 되 버렸나보다

시간

어제는 퇴근후 아들과 집부근의 실내 포장마차에서 방어를 안주삼아 소주한 잔을 나눴다

벌써 5-6년 이상이 지난 듯, 아들과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나가 방어낚시를 했었던 것이

짧은 시간인 듯하건만, 그렇지가 않은가보다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십대이던 아들이 이젠 이십대로 여자친구를 자랑할 나이가 됐으니

SM, 분야의 특성상 시간의 불규칙과 늦은 시간의 작업으로 힘들어 하는 딸아이

맞은 팀이 신보를 내며, 해외 투어를 준비중이라며 새벽에 출근하고, 늦은 밤의 퇴근에 아내가 오히려 더 불안해한다. 하긴, 그 나이가 아니면 언제 그렇게 일로 하루를 보내겠나

시간속에서 자식들의 달라짐만 보았지, 정작 내 변화에는 둔했었던 듯

친구들이 아내의 갱년기 걱정으로 어제 오늘 부쩍 오는 연락들이 많다

정작 본인들을 돌아보지 않음은 나만이 아닌가보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게 좋다'

정호승 시인의 싯귀중 일부다

내 바닷가하나 가지고 있어, 가끔은 가서 쓰러지 듯이 누워 하늘을 마주대하고 싶다

그냥

그냥

그냥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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