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막 들어갔을 때
비엔나 커피를 뭣 모르고 상대가 주문하기에 따라했건만
저어 마셔야하는지, 아니면 크림채 마시는건지 그도 나도 몰라 서로 바라만 보던 시절
쟁반모밀을 시켰지만,
먹는 방법을 몰라 옆 테이블사람들이 먹는 것을 보고 먹었건만
정작 그 옆테이블 사람들도 잘 몰랐던지 무즙을 넣지 않은 그냥 국물에
국수를 담궈 먹는 걸 따라하던 시절
종로 5가 종로서점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지하철옆의 북적이는 인파속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만나 학사주점에 들려 족보에도 없는 술 , 아마 약주라 불렸던 듯마시며 웃고 울고 떠들던 그 시절
그게 내겐 20대
대학시절이었다
어느 한 쪽에서 사람들이 뛰어오며 시끄러우면 시위가 벌어져 있던 시절
지나며 가방은 물론, 주머니도 검문을 당하기 일쑤이던 시절
그래도, 그 시절의 젊은이들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공부든 뭐든 지금 이 시간들을 살려 노력하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기대감이 있던 그런 시절
직업에 대한 선택들, 회사에 대한 취업도 지금보다는 훨더 용이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린 가난이 두려웠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20대와는 많이 다를 듯한
내일에 대한 꿈과 함께 가난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들
당시의 화신백화점 옆골목엔 포장마차들이 많았었다
포장마차에서의 취기속에 나 저 건물의 주인이 될거야
차도 사고, 집도 사고, 내 아이들에겐 피아노도 가르치고, 여행도 다니게 하면서
더 많은 세상속에서 공부도 하고 나와는 다른 무대위에서 살게 할거라며
술잔들을 부딪치고는 했었는데
그 친구들은 지금 다 어디에들 있을까?
몇몇은 곁에
몇은 치사하게도 새치기로 먼저 쉬겠다며 누워버렸다
우리의 20대는 짧았었다
시간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시계속 시간은 매 한가지로 같겠지만
우리들의 20대엔 쫒기듯이 밀리고
주어짐없이 가야할 길들이 많아서 였을까?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렸다.
지난 겨울 방학으로 집에 있던
20대 아들이 오므라이스를 해서 준다
제법 계란옷을 입히고 캐찹을 뿌리고
때론, 스파게티를 해 준다
백화점 뒷골목 포장마차에서 잔을 부딪치며 떠들던 우리의
내일이 오늘이 됐건만, 우린 그 때 했던 말들을 얼마나 이뤘을까?
세종문화회관을 가는 버스가 종로 5가를 지나, 옛 화신백화점 자리를 지나 경복궁을 돌아서 간다
너무 오랜만에 나와봐서일까?
다른 곳 같다
그 때는 정리가 덜 된 거리 어수선함과 삶이 함께 했던 듯한데
지금의 그 거리는 참 깨끗하기만 하다
자가용보다는 버스가 많았던 그 거리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