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휴식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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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는 분명히 공동체 속에 스스로 녹아들고자 하는 신비한 욕구가 존재한다

전 인류에게 궁극적으로 공평하게 평화가 질서를 선물해 줄 그 어떤 종교적, 민족적, 혹은 사회적 체제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오래된 망상은 근절될 수 없는 것이다.'

독일 문학계의 대표적 거장중 하나인 스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속 한 문장이다

오전 진료가 없는 진료실

한가한 진료실에 불을 끈 채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 시간이 평화로워 좋곤 했건만 창밖의 시끄러움이 오늘은 방해를 준다.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듣다보니 그의 책이 생각난다. 그는 세상은 시끄러운게 오히려 정의로운 것이지,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억눌린 조용함이나 동일한 소리만이 울림의 세상을 비판한다. 물론, 책의 주 내용은 칼뱅에 의한 종교를 무기로 한 독재, 다른 목소리에 대한 답은 죽음인 것을 다루고 있지만...

하긴, 그보다 훨 더 이전 도스토예프스키는 대심문관에서도 유사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어제가 부활절,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인용되었던 대심문관의 이야기엔 예수의 재림을 말하며 그를 알아본 대주교와의 이야기속에 논해지는 이야기들

내용은 복잡하고, 다소 종교적이지만 지금 이 시간에 가장 기억에 떠오르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권리일 수도 있지만, 가장 커다란 벌일수도 있음을 말한다. 선택권이 주어진 인간의 갈등보다 오히려 더 많은 대중은 어느 하나를 정해서 믿음을 심어주기를 원한다고, 그 믿음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기적이나 반대로 비상식적 상황에 대한 것을 믿게 할 필요가 있고, 대중은 이를 원하기도 한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읽은지 오래된 책이라 정확한 문장은 기회되면 찾아봐야겠다.

하루에도 수차례 날라오는 메시지들

출마 당사자이거나, 이들을 지지하는 선배, 동료, 후배들의 메시지엔 뭔가를 주장하기 보다는 상대측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어느 당인가를 떠나 유사하게 전달되어져 온다.

사회가 어느 누군가에 의해 쉽게 망하고 홍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어제는 아내와 장고항에서 실치회와 봄에만 맛볼 수 있다는

봄도다리, 이를 강도다리라 부르나보다 강도다리 새꼬시를 맛보았다

제철의 어느 곳과는 달리, 웬지 따스하고 조금은 비상업적으로 느껴지는 정겨움이 먹거리보다 맘을 편하게 해 준 곳

지나며 습관처럼 사진을 찍곤 한다. 아주 오래된 습관

지난 주 들린 유명 어촌의 시장에선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등뒤로 날라온다

왜? 찍냐고

어찌 보면 내 실례임이 분명하기에 죄송함을 연신 말하며 고개를 조아려도 욕은 이어지며 더 심해지기만

어젠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꼴뚜기 한 마리를 맛보라며 웃으며 전해 주신다

난 꼴뚜기가 아닌, 세상 가장 값진 선물을 받았다

웃음을 머금으며 내미는 손

하나의 바이러스가 흔들어 되는 시간들이 생각보다 너무도 어지럽다

지난 달에 이어 연이은 경제적 위축은 길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이젠 버팀을 걱정하게 만들어 버렸으니,

질병에 의한 두려움보다, 경제가 주는 두려움이 훨 더 크다

다른 동료, 선후배들도 유사한 걱정에 한숨지음을 보면

이렇듯, 나약했었나보다 나란 존재도 다른 만물의 영장들도

장고항의 하늘은 높고 맑고 푸르렀다

오랜만의 그 푸르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쉬고 있는 듯한

빈 빨래집게

휴식

한가해지기만 하는 진료실에서

오히려 염려환자분이 오면 할게 없어 막연함이 주는 무력감이 더 힘든

지금의 시간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듯

여유로워진 시간을

휴식과 쉼으로 채울 수 있어야할텐데

아니, 내일 일은 내일의 것 오늘은 쉬면 되겠지

나이가 주는 하나의 선물일까?

맘은 내거고 내가 다스릴 수 있음을 알게 해 줌이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스스로가 맡을 것이니

그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이런 멋진 말도 했던게 기억난다

어디서 읽은 문장인지는 기억에 안나나...

메모지에 책을 읽으며 그 때 그 때 오호 이 문장 맘에 드는데 싶으면 옮겨 놓으면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나를 달래주기도 한다

오늘은 아내가 저녁에 맛난걸 해 놓을거니

늦지 말라한다

늦지 말아야하는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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