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주 앉아
웃으며 이야기 하던
그 나무에는
우리들의 숨결과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스며 있어서,
스며 있어서,
우리가 그 나무 아래를 떠난 뒤에도
우리가 그 나무 아래에서
웃으며 이야기 했다는 사실조차
까마득 잊은 뒤에도
해마다 봄이 되면 그 나무는
우리들의 웃음소리와
우리들의 숨결과 말소리를 되받아
싱싱하고 푸른 새잎으로 피울 것이다
..............'
나태주 시인의 '우리가 마주 앉아'중 일부다
시의 앞 페이지에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제목없는 문장이 뒤 이은 싯귀를 이어가 주려하는 듯 싶다.
한 때는 마주 앉아 있던 사람
가진 거 없어도 단지 함께 있음에 두려움, 고됨을 줄일 수 있었던 사람
대학 3-4년을 같이 했었던 한 여학생
매주 대학학보사이에 편지를 꽂아 보내주어 의과대학의 고됨 속에서도
학보가 오던 날은 다른 날 보다 이른 시간 사물함속 학보를 찾고는 했던 시절
대부분의 시간들을 곁에 함께 있었기에 사실 소중함보다는 그냥 당연함으로 여겨졌었는데
메밀국수를 먹는 방법을 몰라 맹국물에 국수를 담궈 먹었던 얘기를
지금 만나 얘기하면 아마도 서로 어제 일처럼 웃을 수 있을까?
종로2가의 지하철역을 나서면 바로 종로서적
그 앞에서 만나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발길을 하곤 했었다
어느 날은 안국동의 찻집에서 하루 종일 책을 보고
어느 날은 종로 3가, 피카디리극장지나 있던 작은 공원 벤치에 둘이 마주 앉거나
등을 대고 앉아 책을 보곤 했었는데
서로의 전공이 여유 시간을 그리 많이 허락해주지 못하다 보니 만나면
별 말없이 둘이 각자의 책들을 보곤 했었다
시험때면 새로운 연필들과 볼펜들로 필통을 채워주었었는데
연애? ^^
아니, 우린 그져 서로를 이해하여주는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듯 싶다
남녀로서의 대화는 거의 기억에 없으니
사람은 떠나도
해마다 봄이 되면 푸른 잎들이 돋듯
인생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아니, 새로운 잎이 돋은 것을 미쳐 내 보지 못한 것인지도
그래도, 세월이 흘러감은 다른 어떤 언어로도 위안보다 적응할 것을 더 원하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