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아프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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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그져 견디고 있을 뿐이다

어른으로서의 일들에 바빴을 뿐이고

나이에 대한 무게감을 강한 척으로 버터냈을 뿐이다

어른도 아프다'

이젠 쉬엄 쉬엄 내 시간은 내가 만들어 가련다

내가 내 삶의 시간을 만들지 못하면, 남이 내 시간을 만든다는 조금은 젊은 시절

건성으로 읽었던 한 책속 귀절이 떠오른다

서두름없이

한 번에 못하면, 두 번, 세 번, 네 번에

첫 걸음에 가 닫지 못하면 두 걸음, 세 걸음

연휴사이의 월요일 하루를 쉬고 내 만든 연휴로 청산도를 아내와 걸었다

그냥 목적지 없이, 보다 걷다 앉아 쉬다 가다 멈추고

시간은 계획을 가지고 맞추며 가더라도, 그냥 흐르듯이 큰 계획없이 가더라도 지나감에 그 차이가 없더라

모두가 다 어려웠을 젊은 시절, 그리고 대학시절

내 책상위에 적혀있던 글 귀중 하나

'지금 바로 시작한다, 느려도 목적지 까지 갈거다'

내 삶의 문구중 어느 순간 뒷부분이 사라져 있었던 듯하다

지금 바로 한다

'DO IT, RIGHT NOW'를 언제부터인가 수첩에 적어 두었다

사라진 뒷 부분을 다시 찾으려한다

늦으면 좀 어떠한가?

내 가는 길이 너무도 많이 틀리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

책을 읽는다

못그려도, 그림을 그려본다

누군가의 눈과 기준보다 나를 내가 보아주는 훈련을 지금부터 해 보고자 한다

애들의 굶음과 바쁨에 맘쓰면서도

라면에 밥말아먹던 것을 어느 순간 끊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나를 내가 보아주는 훈련에 익숙해지고싶다

아이들이 상처없이, 자신들의 꿈을 이룰 내일보다

나의 내일을 더 그려보려면 아마도 한 순간에 그리 되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나를 보는 시간을 더 늘려보려한다

다시 읽는 옛 젊은 시절의 책들

넷플렉스에서 갑자기 눈에 띤 '응답하라 1988'

1988년도엔 국가고시준비로 잠을 몇시간이나 잤었을까?

1989년 시작부터 시작된 내 의사로의 삶의 시간들 이제 30년이 넘어간다

나 자신에게만 말을 해야하는 일들은 일기장에 별도로 쓴다

그 오랜 시간의 병원생활속 어찌 다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 뿐이겠나

그 드라마속 어머님의 상을 치루면서 보여주던 어른들의 모습

밖으로는 여유와 태연속에 자신들의 기둥이 되는 맞형의 돌아옴에

아이가 된 고아로 울던 어른들의 모습을 보던

망자의 손녀 딸의 맘속 대사가 맘과 눈가에 이슬을 맺히게 한다

맞다

강한척해도, 어른도 아프다

젊은 시절, 내 환자들의 마지막을 말하며 사망 시간을 말할 때의 마음

그 누구에게도 전하기 힘들던 기억들과 그 감정을 아직 잊지 못한다

아파도 따스한 온기를 가졌었던 내 환자들 그 들에 대한 감정을 내게 가르쳐준 한 사람이 있었다

그 한사람은 내게 많은 눈물과 의사로서의 의미를 생각케도 했고,

가운을 더 입고 있어야할 의미를 한 동안 잃게도 했었지만,

그 한 사람은 의사가 해야할 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 내 곁에 왔던 듯

그 한 사람덕에 근 삼십년 진료실을 지켜온 듯 하다

그 한 사람이 가느쳐준 것중 하나

아파도, 아파도 따스한 온기를 가지고 있어 밤을 함께 버티고 버티더라도 있어줌의 고마움

그 떠남은, 그냥 떠남이 아니고는 했었다

내게 허락된 시간들 혼자 춥게 있을 영안실안에 머물곤 했었던 기억 들

망자는 춥고 어두운 곳에 홀로 있건만,

장례식은 망자와 무관하게 밝음속에 시간이 흘러가는것에 화가 나곤 했었는데

그래도, 그 땐 맘과 달리 눈물은 흔하지 않았건만

이것이 나이인가?

크지 않은것에도 눈물과 회한이 전해져온다.

조금은 달리 살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 이젠 그리 살려한다, 나를 훈련시켜보련다.

옥상의 키 작은 라일락이 꽃을 피웠다

꽃은 작아도 향은 참 진하다

내일부턴 다시 일상속으로 들어간다

내일부턴 다시 꿈을 꾸련다

새로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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