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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시환 May 08. 2020

있어야할 자리

산너머

진료실의 한적함

한 친구는 애들이 손발을 잘 닦고, 개인 위생에 신경을 써준 결과로 보이니

다행이지 뭐 하며 지난 달 임대료도 간신히 메꾸었다는 말 뒤에 웃으며 

전화의 끝을 맺는다


좋은 친구

같은 상황이어도 어찌 보는가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

그 곳이 진료실인 곳이어야만 하는 친구들 몇몇

그 들과의 대화는 편해서 좋다

진료실의 한산함은 내게도 책을 읽을 시간을 더 준다고 생각케 해 준 친구의 말도 고맙고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진단명이 아닌 그 많은 닥터중 나를 찾아준 고마운 분으로 보고

병이야기는 의사인 내 병에 대해서도 말하면 듣는 맘이 무겁고 때론 두려운 것을

진료실에서 더 편한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더 많은 책들을 읽어야한다 

대학에 있을 때 후배 닥터가 될 학생들에게 말하고는 했던 것을 언젠가 부터 잊고 살아온 듯 싶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보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하는데

다시 대학시절을 말하면

제자라기 보다, 시간이 지나면 동료 닥터가 될 학생들에게

의학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하지 못하면 하나의 기술자가 될 뿐이라 했었는데


기술자

전기기술자

자동차 정비를 도와주는 기술자

어떠한 기술자든 해당 분야의 기술자분들은 그 분야에 있어 자부감을 가질 것이지만


닥터로서 기술자라는 단어는 그 대상이 조금은 다르기에 

또, 진료실 내 앞의 분들이 내가 기술자로서 대해주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기에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은 꼭 권해주고 싶다 생각이 드는 책이 간혹 생긴다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외과 닥터 제임스 도티의 자전적 소설이다

어찌 보면 다소 가식적인 문장들이 많기도 하지만, 

한 번쯤은 나이들며 뒤를 돌아보며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환자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의학 기술의 일부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있는 사람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는 여기 저기 고장 난 기계가 아니며 외과 의사는 기계 수리공이 아니다.'


책속 한 문장이 어느 순간 잊은 초심에 대해 돌아보게 해준다


오늘도 한가한 진료실, 점심시간을 앞두고 

항상 시어머님을 모이고 오시던 한 분의 어머님이 막 나온 도너츠라며 전해 주고 가신다

아파서가 아닌, 맛있어 생각나 전해주고 가신다는 분의 마음이 너무 고맙다


따스한 꽈배기와 도너츠 참 맛나다 

오늘의 점심은 입이 호사를 한 듯


모든 것들은 다 자기가 있어야할 자리가 있는 것을 너무 늦게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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