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 않게 보게 된 옛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시리즈 드라마는 한 번 보면 다음 회, 다음 회 하다 자칫 밤을 새 버린다
또 그리되 버렸다
한가로워진 진료실 덕분에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중간 중간 몇편을 볼 수도 있던 것을 어제 밤 어쩌다 보니 거의 새며
마지막 편까지 다 봐 버렸다
눈을 들어보니 창 밖이 밝아온다
나이의 숫자가 늘어나니 한 가지 편한건
눈물의 주책없음을 나이탓으로 돌려버릴 수 있는 핑계거리가 생기는걸까?
89년도에 의사면허시험을 보았으니, 드라마상의 주인공들도 나와 연령대가
비슷한 듯
어릴 적 살던 곳 중 미아리는 경사가 가파른 언덕위에 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고,
좁다란 골목들이 참 많았었는데, 계단도 많았고
지금은 마을이라 부르기 힘든 삶의 공간들속엔 대부분
골목이라기 보다는 거의 대부분 자동차가 들락일 수 있는 작은 도로들
주말
아내가 바지들이 너무 헤졌다며 옷을 사러가자해 잠시 나와
몇 곳 다니고, 난 커피솦에 앉아 책을 읽다 글을 쓴다
딸아이가 친구 결혼식을 가서 아내 혼자 다니게 함은 미안하지만
몇 곳만 보고 온다던 사람이 몇 시간째 소식이 없네 ^^
다른건 맞춰 주려해 보지만,
쇼핑이나 쇼핑몰 다니는 건 너무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다보니
차라리 혼자 다니는게 더 편하다 할 듯도 싶어 그냥 커피솦에 앉아 기다린다
메모창에 언젠가 메모해 놓은 문장들을 보다보니
'인생은 그게 뭔지 알기도 전에 반 이상이 지나가 버린다'라 적한게 보인다
어느 책인지를 적어두지 않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은 어렵풋하건만
어디서 접한 문장이었을까?
오늘은 웬지 더 이 문장이 와 닫는다
응답하라 1988를 다 보고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 두 대목,
하나는 아빠의 퇴직에 대해 두 딸과 아들이 아빠에게 회사 대신 전해주는 감사패의 문구
그리고, 하나는 드라마에 나온 사람중 벌써 두 배우가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웬지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냥 무념하게 멍함을 전해준다
힘겹게
힘들게
화를 내며
짜증속에
시간을 버리는건 내게 더 손해임을 조금씩 알아간다면 이미 반이상의 시간이 흘러갔다는 의미일까?
한 번 바닷속 깊이 가라앉았다 힘차게 하늘위로 쏟구쳐 보고 싶다
적지 않은 시간 곁에 함께했지만, 처음으로 접한 로즈메리의 꽃
그 전에도 피었지만,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든다
아마도 반이상의 시간을 손안의 모래마냥 흘려 버렸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