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텅 빈 곳이 있었다.
돌아보면 그 텅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돌아다녔던 세월이 나의 인생이었다.'
철학자 고김영민 교수
삶의 마지막 시간에 그 가 남긴 메모장 속의 글들을 모아 담아
낸 유고작 '아침의 피아노' 속 한 문장이다
어쩌다 본 한 편의 옛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다
아내가 다른 두 편이 더 있다하여,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을 연이어 보고 있다
내 대학시절 후반부, 국가고시로 의사의 길을 시작하던 시기
전공의를 마치고 군생활을 시작하던 시기
삼성에서의 부름과 이어 대학시절부터 꿈이었던 교수로서의 시간을 보내던 시기
그 시간들속을 살아온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들
옛 생각들에 잠기게 하는 이야기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지나왔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난 그 들처럼 추억을 만들어 가지면서
그 나이에 맞게 살아왔었던가?
김영민 교수의 책속 문장처럼
어찌 보면 한 없이 텅 빈 공간을 찾아 메우려고만 해왔던 건 아니었을까?
교환교수로 잠시 머물던 한 대학
한국에서와는 너무도 다른 대학과 병원의 문화에 부러움보다
내 쫒던 것에 대한 회의감과
내 그 간 그리 찾던 빈 공간이 여기의 이 모습 이런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에 순간의 충동에 던진 사표와 유학준비
두 아이의 아빠였고
한 사람의 남편이었던 현실을 뒤 늦게 깨닫게 하여주어
결국 가지 못했었던 유학
나를 불러주었던 교수님의 배려였을까?
동문기록을 남겨주어 연말이면 그 해의 논문 묶음집과 행사에 대한 메일이 온다
삶은 만약?
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현실속엔 그 만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이유없이 가고 싶었던 체코 프라하
지난 해 아내와 길지 않은 시간 비행기에 몸을 담았다
아무런 계획없이 프라하의 거리를 몇일간 걸었다
'프라하의 봄'
영화속 한 대사를 떠올려본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중이예요'
잃었던 것들을 찾았지만, 그 행복에 대한 실제적 다가옴에 대해서
그리도, 오래 가고 싶었던 거리를 걸으면서도
다가오는 느낌은 떠나온 다음의 시간에 더 강해지는건
어쩔 수 없는 초라한 내 마음의 빈 공간인가보다
하긴, 아마도 빈 공간은 끝내 채우지 못할 듯 싶다
김영민 교수의 책속 한 문장처럼
'나는 나를 꼭 안아준다
괜찮아, 괜찮아.... '
나도 나를 꼭 안아주는 법을 배워가야할텐데
언제나 철이 들수 있을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 나 스스로 나에 대해 궁금해지고 모르는게 많아진다
어두운 저녁, 옥상에 앉아 나 스스로에게 간혹 묻곤 한다
넌 이제 어디로 갈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