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가 된 의사는 어떨까?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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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엔 강아지들과 산책길을 나서 걷다 보니

비가 온다


처음엔 한 방울 두 방울

손을 내밀어 비가 오나 싶더니 어느 순간 빗줄기가 굵어지고

서서히 몸이 젖어간다


처음 빗방울이 떨어질 때는 발걸음을 빨리하다

조금씩 빗줄기가 굵고 많아지며

오히려 상쾌함 속에 비를 즐기게 된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때 마침 흘러나온 노래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

많은 이들이 그러했겠지만,

중, 고교시절 비틀즈 노래에 흠뻑 빠져 지낸 적이 있었는데


하고 싶은 것

해야할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내일 할 수 있게 되려 우선 먼저 해야할 것들을 해온 시간들

그렇게 내 젊은 시간들을 흘려 보냈나보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었나 잘 기억이 나지 않게 되고

해야할 것위에 할 수 있는 것들로 폭이 줄어드는 나이가 되 버려간다


아침 시간의 진료실, 친구로부터 날라온 카톡하나

먼 지방의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까이에 있는 고교 2학년시절의 짝꿍이었던 친구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캠핑의자와 테이블 차에 실려있으니 내일 한강에 가서 맥주나 한 잔하자

하며 한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이어가다보니

오랜 미국생활 중 한 십년전 귀국하자 마자 그 날 저녁 내 집에 찾아와

힘차게 끌어 안던 그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미소짓게 만든다


하고 싶은 것

과연 무엇이었을까?


프라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아내와 정해진 곳없이 때론 사람없는 골목길을

때론,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으로 이리 갔다 저리로도 가고


걷다 맘에 드는 레스토랑이 있으면 들려

다른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손으로 가르키며 주문을 넣어도 보고


그러다, 머무는 동안 자주 가게 된 곳이 있다

5-6개의 테이블이 있을 뿐인 작은 카페식 식당

한쪽 벽에 놓인 작은 피아노

한 잔술에 흥이 오른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면 아마도 체코인들에겐 익숙한 노래인지

이 쪽 저 쪽 테이블에서 노래들이 맞춰 나온다


주인이자

주방장은 맥주 한 잔씩들을 테이블마다 돌리기도 하고

다르게 생기고, 누가 봐도 여행객으로 보일 아내와 나지만

거리낌없이 다가와 윙크를 날리며 맥주 잔을 손에 쥐어준다


체코의 맥주는 정말 맛있다

그 어디서 마셔본 맥주 중 가장 맛나던 맥주


요리사가 되 보면 어떨까?

내게 요리의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작은 식당하나 열어보고 싶기도 하다

맛난 음식도 서로 함께하면서, 진료도 하면 재미나지 않을까?


젖어 들어온 내 모습에 아내가 난리다

빨리 옷벗고 샤워하라며 등을 떠민다

난 비에 젖어드는 느낌이 좋기만 하건만 바라보는 눈은 조금 다른가보다


그게 인생의 맛이겠지

느끼는 자와

바라보는 자가 다른 것이


오늘의 하늘은 참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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