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붉은 장미아래
오일장
31일이지만, 5,10일 열리는 부여장이 어제 선다하여
다소 늦은 아침 부여로 내려가 아내가 맛집이라 찾은 떡갈비집에서 점심을 먹고
장터를 돌았다
옛보다 마트등 상설매장들이 많아지면서
장의 규모가 작아지고, 장사도 안된다는 푸념의 할머님들곁에서
머우대와 고사리 등
몇가지의 산나물들과
유정란, 피클용 오이, 딸기와 기장떡
등등을 돌아다니며 할머님들과 수다도 부려보며 이것 저것
필요여부를 떠나 할머님, 할아비지들이 내 놓고 계신 것들을 사다보니
내 팔만 무쇠팔이 되 버린 하루
부여의 다른 볼 것들도 돌아 본다 했지만,
장을 돌다보니 팔 다리의 피로감에 만사가 귀찮아진다
다행히 그냥 올라가자는 아내의 말에
못이기는 척 다른 데 안가봐도 되하면서 은근 슬쩍 고속도로를 올라 탔건만
올 때는 막히지 않던 길이 막히기 시작
차라리 좀 더 늦게 출발할 걸
세상 살이엔 시간이란 것이 존재하나보다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
100세 넘어 여행과 화가의 길을 걸어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모리스 할머님이 하셨다던가?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글쎄
우린 아주 많은 세상의 이야기 중 몇몇을 이야기하며
스스로에게 힘을 얻으려하지만,
솔직히 쉽지만은 못한게 그 몇몇의 이야기일텐데
모든 것엔 때가 있다
봄의 꽃이 봄에
여름의 태양은 여름에
가을의 낙엽은 가을에
겨울의 흰세상은 겨울에 어울리 듯이 그 시기, 시간이 있는게
늦어 거슬러 올라가는 것보다 본인에게도 그리고 곁에서 지켜보기에도
무리됨 없이 편하게 느껴지는거 아닐까?
해야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어제는 아내가 말한다
당신은 하고 싶은게 뭐였냐고?
그리고, 왜 해야할 것을 우선해서 살아왔냐고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라한다
이젠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 더 줄어만 드는 걸 어쩌랴
글을 쓰는 중간 건강심사평가원에서 전화가 왔다
몇년 전 왜 검사를 비급여로 해야할 것을 급여 청구했냐는 지적으로
젊은 비의료인에게 훈계조로 말을 들으며 사유서를 적었다
환자가 진료실을 찾는것은 염려가 있기에 그러한 것이고
그 염려는 진단이 붙지 않는다 해도 아님을 확인 시켜주는 것도
진단을 내리는 것 이상으로 닥터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검사 결과 정상이 나와 건강함을 확인 시켜주는 것
검사 이전에는 알 수가 없다
특히, 당뇨나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은 그 증상이 없으면서도
가족력이 중요하기에 가족중 환자분이 계시면 우선 검사를 해야만 하지만
정상으로 결과가 나오면 심평원은 과잉진료라 하며 문제를 삼아버린다
그걸 왜 청구했냐는 것이 심평원의 입장
검사를 하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을 닥터가 점쟁이가 될 수는 없는것
이번엔 거꾸로
웬만한 것들은 청구를 하지 않고 비급여로 환자분께 이야기를 하고
검사를 한 것에 대해 지적을 한다, 급여 검사를 왜 비급여로 했느냐는
난 지적 받은 것에 대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임을 말하고
기준, 가이드를 분명하게 문서로 보내 달라하니
그건 자기들도 그 때 그 때 다르기에 정해서 줄 수 없다는 답
진료실의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사무실 책상 위에서 그 때 그 때 다름을 말한다면
진료실에선 어떤 기준으로 임해야만 할까?
대한 민국의 의사는 힘이 없다
심평원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검사를 해야하고,
진단에 대해서도 소명을 해야하고, 약을 처방할 수 밖에 없다
내 방안의 컴퓨터는 그대로 심평원에 연결되어져 있어서
약을 처방하면 그 약을 왜 처방했는지 그에 대한 소명을 적는 화면이 뜬다
대한 민국 의사가 이 나라에 그리도 해악의 존재이고,
피해를 입히는 대상인 것일까?
의사에겐 환자의 선택권이 없다.
진료거부권도 없다.
생전 처음보는 환자가 대학병원진료를 위해 진료의뢰서를 써달라할 때의 기분
반대로,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광고도 의료법에서 가장 크게 걸린다
그럼에도 모든 것은 경제 논리하에 임대료와 급여, 은행 이자 모든 것들을 책임져야만 한다
이제 곧 종소세도 나올텐데, 세율도 다른 직종에 비해 적지 않게 높다
그냥 파란 하늘아래 붉어만 가는 장미를 바라보며
조금은 더 빨리 나이가 들어가 버리고 싶다
기준 없는 권력과 힘에 이젠 더 이상 좌우되어지기가 버겁다
대한민국 의료현실에 대한 이해없이,
뭔가를 논하면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는 수치심도 이젠 버티기 힘겹고
비급여로 검사를 한 분들에게 급여이니 병원이 잘못했다 통보가 가면
그 몇천원으로 받을 내 인격적 손상은 심평원과는 무관하겠지
비급여로 해야할 것을 급여로 했다며,
그 때는 일방적으로 병원으로 들어올 정당한 청구액들에 대한 삭감
이번엔 반대로 급여로 하라며, 그 차액에 대해 환자에게 돌려주라 하겠지
몇천원, 몇만원의 문제가 아닌 그 환자는 나를 사기꾼으로 보며 수년간 가져온 신뢰는
아마도 바닥으로 떨어져 버릴 것이다
진료실을 떠나야할 때가 되어가나보다
창밖을 본다
파란 하늘
옥상위의 파란하늘과 붉은 장미
그 아래서 술이나 한잔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