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ay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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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었지 누군가 엎에 있다고

느꼈을때 나는 알아 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 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지네

....'


이게 언제 노래더라?

내 기억으로는 산울림 형제 중 한 사람의 곡을 임지훈도 또 산울림도 불렀었던 듯 싶다

이 노래가 언제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내 본과 3학년시절 병원 실습을 마치고 지친채 흥얼거리며

지하철역으로 가곤했던 기억이 난다


입학 동기지만 나보다 5살인가 나이가 위였던 여학생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다시 의대를 진학했지만,

나이 차이도 많고 해서 서로 긴 기간 같은 강의실에 있었고,

집이 어딘지 지하철 역에서 종종 만나고는 했었지만,

거의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던 동기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병원 실습을 돌았었는데,

내 파트너는 지금은 내과를 하고 있는 동기 여학생이었다

실습 중 환자분에게서 초콜렛을 선물 받았다며 가운을 입고 받은 첫 선물이라고

액자에 넣어둘까 하며 자랑을 듣다 그 날은 다른 날 보다 조금 늦게 지하철역으로 갔었던 듯 싶다


지하철역엔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입구엔 경찰차와 엠브란스의 소음으로 평소와는 다른 어수선함이

무언가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소란에 모여있는 인파를 헤쳐 지나기 싫어

잠시 길 건너에서 조용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도 내 귀에 이어폰이 꽂혀 저 노래를 흥얼거리며 있지 않았었을까 싶다


습관처럼 그 날 실습에서 적은 수첩하나를 들척이며

한 동안 지하철 건너 이 편에 서 있던 나에게 지하철 역쪽에서 뛰어오던 동기 하나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한채 말한다

그 누나가 갑자기 지하철이 들어오는 철로에 몸을 던졌다고


참 오랜 시간이 지난 뒤지만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말을 하던 동기의 얼굴이

가까이에서 몸을 던지던 동기, 누나의 모습을 직접 보았던 그는 그 충격을

쉬이 가라앉히지 못해 하며, 그 날 우린 지하철역옆 포장마차에서 조금 많이 취했던 듯 기억된다


인생은 이쪽 끝과 저쪽 끝이 함께 할 때가 많은가 보다

첫 실습시 서로 병실 문을 먼저 열라고 등을 떠밀던 동기가 첫 선물을 자랑한

바로 그날 또 한 동기는 죽음을 택했다


평소 동기들과 거의 대화가 없던 누나였기에 그 이유를 아는 친구들은 없었지만

말들은 하지 않았어도 우린 그 때 서로들 동기라는 무리 속에서 혹여라도

뒤 쳐지는건 아닐까


강의실에서의 수업과 시험때와는 달리

병원 실습이 시작되고 나서 그런 불안감은 모두에게 있었지 않나 싶다

그 정도가 서로 달랐겠지만


X-Ray를 좌우로 바꿔 걸어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고

회진시 환자에 대한 설명을 하다 남자와 여자를 혼동하는 건 다반사 였던 시절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환자에 멱살을 잡히고, 얻어 맞고 피를 흘리는

동기에 흥분하여 환자에 달려들었다

담당 교수에 혼이 나기도 하고.

혼난 우리를 달래며 커피자판기에서 자~~~ㄹ 알 했어

하고 웃던 선배의 미소도

모든 것들은 그 무리 속에 함께 들어가 있어야 같이 겪을 수 있는 과정들이다

우리들 중에 몇은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거나

강의와 다른 실제 병원생활에 적응을 못하기도 했던 시절


지금의 후배들의 환경과는 조금은 달리

의사수도 적었고

일은 많으면서도 실습과 이론의 병행은 쉽지만은 않았었던 시절


수술실을 들어간 동기는 호기롭게 마무리 한 바늘의 기회를 얻었다 자랑하고

산부인과, 신생아실을 도는 친구들은 출산과 첫 아이의 울음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들은 아마도 항상 불안감에 싸여 있었던 듯 싶다


몇년의 차이지만,

나도 수련의 선배, 전공의 선배들과 같은 길을 갈 수 있는걸까?

낙오의 두려움 속에서 아닌 척 웃으며 호기 부림을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들 있던 시절


'............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났느냐고

하지만 마음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서 있는걸 혼자

어쩔 수 없었지

미운건 오히려 나였어'


오늘이 먼저간 고교 동기의 기일이다

잘 나가던 MBC에서 SBS개국과 함께 PD겸 작가로 스카웃 되었던 친구

오지 탐험프로를 찍다 걸린 유행성 출혈열로 이른 나이 몸이 망가진 채

오십여년을 흐르 듯이 떠돌다 간 친구


오늘도 진료실을 불쑥 들어와 야~~~ 술사 할 것만 같은 그의

기일이 내일이다


그를 생각하다

불현듯 떠오르는 대학시절 동기이자 누나이기도 했던

그 죽음이 떠오른다


난 벌써 삼십몇년을 가운속에서 살고 있는 닥터가 됐고,

실습생으로 떨리는 손으로 병실문을 못열어 망설이던 것도 삼십여년이 지난 옛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우리가 왔던 길

그리고, 가고 있는 길들이 어떤 길들이고

그 때의 그 불안감들에 대한 답을 얻어 가고 있는 것인지


'Away'

하필 많은 사진중 저 사진이 눈에 들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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