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풍기에서 다니시던 분이 계시다
인삼농사를 지으시고, 염소를 방목하시던 분
한 번은 흑염소즙을 내려 보내줄 거라고 전화가 왔다
사양에 사양을 했지만 보내신다니
아내에게 오랜만에 점수좀 따야지 했건만
시간이 지나도 오지를 않는다
다음 진료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
기다리셨죠!
이 놈들이 방목을 하다보니 가을이 깊어가며 겨울로 들어서니 들어 풀이 아닌 칡뿌리에
때론 장뇌삼등을 먹더니 어찌나 몸이 날랜지 잡지를 못해
이제야 들고 오셨다며 한 보타리를 내 놓으신다
옆에 같이 듣던 병원 식구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폭발해버린다
나도 간신히 참았건만
잡지 못하는 염소
몇 마리인지 본인도 모르신댄다
근 십년은 넘어 지난 듯한데
살아 계실까?
함께 다니시던 아내분이 돌아가시고는 그 뒤로 오시지도
연락도 끊겨 버렸는데
나이들어 두 분이 옥신 각신하며 오시는 모습
잊을만하면 수삼을 보내 주시던 아주머님
이번 주말엔 부석사를 가볼까 싶다
아이들 어릴 적엔 종종 가던 곳
딸아이 자전거를 가르쳐준 곳도 부석사 주차장내에서였는데
기억이나 하고 있을런지
부석사에서 내려다 보는 태백산맥의 자락
구름이라도 얹혀져 있으면 세상 시름을 잊게 해준다
또, 반 지하에 있던 공양간은 그대로 있을까?
다소 늦은 시간 남은 나물들을 다 넣어 비벼 보살님들과 한 입씩 먹던 그 맛
부석사를 들어가는 입구는 사과나무들로 봄이면 화사하고
은행나무로 가을에는 노란색으로 물이 든다
계절의 철을 잘 맞추어 가면 요즘은 보기 힘든 홍옥을 살 수도 있는 곳인데
홍옥은 쉽게 물러서 그 철이 짧다
부석사 가는 길에
풍기, 영주에 있다던 그 분의 가게를 찾아가 봐야겠다
십여년이 지났지만 얼굴은 기억해 주시겠지
만약 계시다면
집의 유리 화병 3개
항상 그 계절의 꽃들로 채워져 있곤 했었는데
언젠가 부터는 빈 화병에 색색의 돌과 물들이 차 있을 때가 많다
채워짐보다 비워져 있는 화병의 모습이 더 편해 보인다
너무 울창해져만 가는 장미 넝쿨을 다둠어 몇송이 살며시 꽂아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