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바라기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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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합니다'

같은 의미겠지, 또 다른 꽃말로는 '당신을 바라봅니다'라고도 한다하니

금년엔 해바라기를 심었다

옥상에, 마당에

키 큰 해바라기, 키 작은 해바라기

사람속에 살아야만 하는 업에 참 오랜 시간 지내온 듯

조금씩 사람들에 지쳐 가는 듯 싶다

편한게 쉬운 것이 아니건만,

예의와 대우를 해 주는게 그 대함에 있어서 함부로 해도 되는건 아닐텐데

때로는 지켜봄에 딱해보이는 사람들 속에서의 관계

물의 요정 자매는 날이 좋은 날이면 물밖으로 나와 놀이를 했다한다

둘은 물밖에 나와 즐기다 태양의 신을 보고 둘 다 사랑에 빠져 버린다

사랑이란 그런 것일까?

물의 요정들은 해가 지기 전 다시 물로 돌아와야하나

해가 지고도 물의 세계로 돌아오지 않아 법을 어겼다고 자매중 한 명의

고자질로 다른 한 물의 요정은 감옥에 갖혀 더 이상 물밖의 세상에 나오지를 못하게 된다

태양의 신은 고자질로 자신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 한 것에 대한 노여움으로

남은 한 명의 물의 요정 곁에서 사라져 버린다

사라진 태양의 신이 다시 나타나주기를 바라며

그가 오던 길을 따라 하루 종일 선 채로 얼굴만을 돌리다 땅에 잡혀버린 물의 요정은

지금도 해바라기가 되어 해가 뜨고 지는 방향만을 바라본다는 해바라기의 전설

한 결같음

아마도, 가장 어려운 단어가 그러한게 아닐까?

해바라기는 결국 님바라기

아마도, 삶의 한 부분 중 일생 변함없는 하나만을 바라보거나

바라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행복할까?

아니면, 또 다른 구속이 될까?

어쩌면 구속과 집착의 다른 표현이 될지도

그래도, 이리 저리 변함보다는 한 결같음이 그리워진다

심은 해바라기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키 작은 해바라기는 작은 키로

키 가 큰 해바라기는 놓은 곳에서 해를 바라본다

어제의 나들이

아내와 풍기를 거닐다 부석사를 다녀왔다

사람의 발길이 뜸하게 끊겨 한적하기만 한

부석사 초입에 놓여 있던 하나의 문구

'나를 놓다'

내려놓음의 다른 표현이겠지만, 더 강하게 다가온다

과연 나는 나를 놓을 수 있을까?

나를 놓으면 해바라기처럼 해만을 바라보는 것을 바라지도 않겠지?

나 역시도 해만을 바라보려 함에서 풀려날 수 있을것이고

바라보는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나도

변함과는 다른 한 결같음은 나를 놓고, 내려 놓아도 그 안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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